[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주원이 뮤지컬 '고스트'로 7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 오는 이유도, 아주 오랜만에 무대를 찾는 이유도 다름아닌 '고스트'이기 때문이다.
주원은 '고스트' 개막을 앞두고 21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준비과정과 기대감 등을 털어놨다. 현재 공연계는 물론, 코로나19로 모두가 침체된 분위기지만 원초적인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고스트'는 의미있는 작품이 될 듯 하다.
"상황이 이래서 좀 슬프긴 한데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게 멋있게 보이기도 하네요.하하. 7년 전에 '고스트' 초연 땐 샘이 사랑한단 말을 하지 못하는 게 조금 답답했어요. 그게 어려울까? 저조차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요. 그 사연을 좀 더 생각하게 되죠.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요. 몰리나 오다메를 대하는 것도 그래요. 캐릭터들 관계를 두고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죠. 7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봐요. 뭘 해도 샘에게 깊게 공감하게 돼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9.23 jyyang@newspim.com |
지난 2013년 초연을 올렸던 '고스트'는 명작 영화 '사랑과 영혼'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주원은 당시에도 김우형, 아이비, 김지연과 함께했다. 주원은 재연에 오게 된 이유도, 군 제대 후 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하는 이유도 다름아닌 '고스트'여서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고스트'의 매력은 진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죠.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어쨌든 제가 '사랑과 영혼'이라는 작품을 너무 사랑하기도 하고, 7년 전 초연 때 너무 행복했던 기억들도 있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함께 했던 사람들과 또 다시 할 수 있다는 거. 작년에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했지만 어떤 작품을 포기하더라도 같이 하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었어요. 아마 다른 배우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주원이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도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고스트'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영혼의 소통을 다룬다. 판타지 로맨스 소재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지 질문이 나왔다. 주원은 "판타지보다는 사랑 이야기에 포커스를 둔다"고 답했다.
"판타지 소재나 설정에 관심이 아주 많진 않아요. 어느 쪽에 포커스를 더 두느냐의 차이예요. '앨리스'에서 시간여행을 하고 굉장히 복잡한 내용도 많지만, 그쪽보다 엄마를 사랑했던 아들의 마음이 크게 다가왔죠. '고스트'도 비현실적인,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지킨다는 내용이지만 그보다는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든 지키는 남자에게 비중을 두고 결정했어요. 무조건 판타지 소재라 한다는 건 전혀 아니에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9.23 jyyang@newspim.com |
7년 만에 돌아오는 무대. 주변 사람들이나 팬들도 그렇지만 당사자도 어색할 법 하다. 군대에서 전역한지 얼마 안돼 더 그런 시선이 있을지도 몰랐다. 주원은 "저도 적응이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웃었다.
"7년 전 '고스트'를 할 때도 4년 만에 무대를 한 거였는데 이번엔 무대 공백이 더 오래됐어요.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게 무의미할 정도로 가자마자 너무 편했죠. 초연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아는 배우들도 많고 스태프들도 익숙해서 마음이 놓였달까요. 예전에 비해 공연 연기를 대하는 자세를 좀 고쳐먹기도 했고요.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시도하고 재밌게 하자는 식으로요. 사실 정답이 없잖아요.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기면서 좀 더 재밌게 연습하고 부담감도 덜 수 있었죠."
이번에도 초연의 상대 배우 아이비, 박지연과 다시 만나게 됐다. 주원은 "두분 다 더 성장하고 몰리 역을 하기에 더 훌륭한 배우가 돼 있어서 호흡 맞추기도 너무 좋다"면서 "7년간 무대를 안해서 제가 의지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만큼, 두 남녀의 로맨스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그게 '고스트'가 사랑받는 이유죠. 현실에선 정말 불가능해 보이잖아요. 누가 그렇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랑을 지키겠냐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바죠.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사랑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강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재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사랑을 표현하는 작품이죠. 샘처럼 하긴 참 어렵겠죠. 정말 멋진 남자고, 저도 마음은 같아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09.23 jyyang@newspim.com |
특히 주원은 관객들에게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될 1막 마지막신을 언급하며 "요즘도 피를 토하며 노래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스스로가 가장 몰입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마지막신이지만, 객석에 가장 큰 임팩트로 다가올 만한 장면은 단연 1막의 마지막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에 샘이 저승으로 가면서 몰리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고스트의 주제와도 같다고 생각해요. 가장 몰입을 해야 하는 신이기도 하고 너무 쉽게 말해서도 안되죠. 이 내용을 가장 확실히 전달하고 싶다고 늘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이걸 오늘 가져가시길 바라죠. 객석에서 보시기에 가장 센 장면은 1막 마지막 장면.(웃음) 7년 전에 거기서 다들 충격을 많이 받으시더라고요. 샘을 누가 살해했고, 누가 사주했는지 진실이 밝혀지죠. 그 넘버도 가장 힘들고, 감정이 세게 올라오는 장면이라 여전히 피를 토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아서 노래하게 돼요."
주원은 과거 출연작 '굿닥터'가 일본, 미국 등으로 판매되는 등 한류 드라마 열풍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다. 최근에는 한국 뮤지컬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지목되면서 국내 무대에도 해외의 관심이 높다. 주원 역시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가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 기회만 된다면 한국 창작뮤지컬로 해외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연히 우리 창작뮤지컬로 해외로 나가고 싶죠.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가 이렇게 사랑을 받고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게, 제가 간접적으로나마 역할을 했지만 정말 자부심이 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창작을 잘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하죠. 더 사랑받았으면 해요. 이제 뮤지컬이 주목받을 거라는데,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분들이 대단하거든요. 끼도 많고 그 어느나라보다도 수준이 뛰어나죠.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나라 배우들은 날아다닐 거예요.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길 바라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