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명을 지닌 불에 타지 않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계전지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아연 전극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보고된 모든 레독스 흐름 전지 가운데 가장 오래가는 수명을 가지는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고밀도 탄소 결함 계면을 통한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기술 개요도[사진=카이스트] 2020.10.05 memory4444444@newspim.com |
현재 대부분의 ESS는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지만 리튬이온전지는 태생적으로 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용량의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7~ 2019년 2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전지로 인한 ESS 화재사고 33건 가운데 가동이 중단된 곳은 전체 35%에 달한다. 현재까지 집계된 손해액만도 약 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엔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물)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초저가의 브롬화 아연(ZnBr2)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와 비교할 때 높은 구동 전압과 함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70년대부터 ESS용으로 개발돼왔다.
그러나 문제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아연 음극이 나타내는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연 금속이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불균일한 돌기 형태의 덴드라이트 형성은 전지의 내부 단락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낮은 표면에너지를 지닌 탄소 전극 계면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Surface diffusion)'을 통한 '자가 응집(Self-agglomeration)'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양자 역학 기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송 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자가 응집 현상이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또 특정 탄소결함구조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이 억제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탄소 원자 1개가 제거된 단일 빈 구멍 결함(single vacancy defect)은 아연 핵과 전자를 교환하며 강하게 결합함으로써 표면 확산이 억제되고 균일한 핵생성 또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고밀도의 결함 구조를 지닌 탄소 전극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에 적용해 리튬이온전지의 30배에 달하는 높은 충·방전 전류밀도(100 mA/cm2)에서 5000 사이클 이상의 수명 특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김희탁 교수[사진=KAIST] 2020.10.05 memory4444444@newspim.com |
KAIST 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장 김희탁 교수는 "차세대 수계 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80% 이상에서 5000 사이클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나노융합연구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주혁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에 9월 게재됐고,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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