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에서 1원 한 푼 가져가지도 않았다" 토로
"감독 무마는 모피아-금융인 합작품"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혁진 초대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는 "당국이 이헌재 전 부총리와 양호 전 회장은 왜 수사를 하지 않는가"라며 "결국 당국이 두 사람이 도망갈 기회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증인 이혁진 전 대표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옵티머스에서) 1원 한 푼 가져가지 않았다"며 "이 전 부총리와 양 전 나라은행장이 몸통"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2017년 회사를 빼앗긴 뒤 '옵티머스운용 회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사기 행위를 본격적으로 벌였다"고 말했다. 각각 금융인과 재경직 관료 출신인 두 사람이 금융당국 감독을 무마시키고 사기를 벌였다는 주장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말부터 문제가 된 펀드를 판매했다. 공공기관의 공사를 수주한 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전하다고 홍보했던 펀드다. 2017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옵티머스는 30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1조5000억원을 모았다.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블로그] |
그러나 실제 자금 98%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부실한 비상장 사모사채 투자에 쓰였다. 성지건설 인수가 대표적이다. 피해액은 옵티머스가 투자한 성지건설이 2018년 상장 폐지되면서 더욱 커졌다.
공공기관도 피해를 봤다. 한국방송통신전파관리진흥원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0개월간 총 13회에 걸쳐 총 1060억원을 투자했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집중하자 개인 및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공공기관이 투자를 한 만큼 '안정적인 사업'으로 비춰진 탓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7차례 민원을 냈음에도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금감원은 라임사태가 터진 후인 지난해 말에야 사모펀드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이후 옵티머스를 비롯한 10개 운용사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 3월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4월 서면검사, 6월 현장검사에 나섰다.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 중단이 된 6월까지 판매는 계속됐고 투자자 피해도 누적됐다.
검찰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전파진흥원은 지난 2018년 10월 옵티머스 펀드가 의심스럽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5월 경 김재현 대표·정영제 옵티머스자산운용대체투자 대표·박준탁 엠지비파트너스 대표 이사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처분결과 증명서에는 "각각 증거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는 한줄 사유만 기재돼 있었다.
다만 이에 대해 당시 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제가 보고받기로는 서울지검 형사부가 금감원에 확인을 해본 모양"이라며 "그런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이라고 답했다. 결국 금감원 답변 탓에 검찰이 추가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해명인 셈이다.
이혁진 전 대표는 이러한 당국 감독 무마에 양 전 회장과 이 전 부총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호 옵티머스운용 회장(전 나라은행장)과 김재현 2대 옵티머스 대표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양 전 회장과 이 전 부총리의 유착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혁진 전 대표가 제보한 해당 녹취에서 양 전 회장은 "이혁진(전 옵티머스 대표)건은 끝나는 거네, 금감원 지시로"라며 "이헌재 전 부총리를 만나기로 했다.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고 김 대표에게 말했다. 강민국 의원은 이에 "정상적이라면 정리 수순에 들어갔어야 할 옵티머스가 금감원과의 유착으로 불사조처럼 살아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혁진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양호 회장 카카오스토리에는 이른바 탄핵기각반대운동본부 등에 대한 사진과 글들이 많았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