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이 코로나19(COVID-19) 2차 경기부양까지 추진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된 중국이 미 국채 보유고를 줄이고 있어 미국의 자본조달 능력이 한계에 부딪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2차 부양안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정학적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이었던 중국이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자금 마련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가 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크리스챤 미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팬데믹 대응 비용은 여전히 쌓여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조달러 규모의 미 국채 12개월물이 지난 8월 말 이미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1차 경기부양안으로 부채가 2조달러 이상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에서 수조달러 규모의 2차 부양안이 통과되고 대선 이후 바뀐 정권이 감세 정책에 나선다면 미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막대한 부채를 안은 국가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누가 사려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부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최근까지도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지위를 유지해왔던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과 맞물려 보유고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지난 6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보유국으로 밀려났다.
미국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1조600억달러로 2015년 말의 1조2400억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크리스챤 미 전략가는 "민간 외국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계속 사들이고 있지만, 국가 기관이 발을 빼면 빈자리를 도저히 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뿐 아니라 팬데믹 책임론, 기술전쟁 등으로 미국과 신냉전이 시작되자 미 국채 보유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외화보유고를 다각화하고 있다.
도이치방크의 알랜 러스킨 전략가는 "중국은 만기가 도래한 미 국채를 새로 사들이지 않고 비(非)달러 자산으로 교체하는 수동적 방식으로 미 국채 보유고를 줄이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보다 눈에 덜 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신 중국은 일본 국채 보유고를 크게 늘렸다. 올해 4월~7월 사이 중국의 일본 국채 보유고는 세 배 이상 늘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누가 미 국채를 사줄 것인가? 크리스챤 미 전략가는 외화 보유고가 막대함과 동시에 시장 개입 의지가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대만과 싱가포르의 미 국채 보유고가 3월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은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를 발행한다는 '지나칠 만큼의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크리스챤 미 전략가는 "미달러가 하락하면 이를 기회로 삼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보유고를 더 늘리려 할 것"이라며 "대부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미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자주 시장에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스킨 전략가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고를 대거 축소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구원투수로 나서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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