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자제령에도 일부 은행 판촉 기승
고신용자 대출영업 확대…"규제 사각지대"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의 강력한 신용대출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이 영업을 되레 강화하고 나섰다. 5대 시중은행 등이 잇따라 '한도 축소', '금리 인상'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대출 규제가 강제성을 띠지 않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데 '규제 사각지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2020.11.04 rplkim@newspim.com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외국계은행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대출 영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케이뱅크의 경우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한도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비공식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한도가 현상 유지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한도다.
케이뱅크는 '1금융권 한도의 끝판왕', '대출도 역시 케이뱅크 지금 기회를 잡으세요' 등 높은 한도를 강조하는 홍보 문구를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용대출 판촉행위가 활발하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 여의도 등 오피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일부 대출모집인들은 전단 등을 통해 '기존대출이 연봉을 초과해도 대출 가능', '연봉대비 최대 250%까지 한도', '2금융권(카드론, 캐피탈)의 부담을 1금융권 금리로 전환', '상위그룹 직장인, 공무원의 경우 대출한도 크게 증액' 등의 광고성 문구를 내세워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두 은행의 신용대출 영업행태를 두고 눈살을 찌푸린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 투자)' 열풍으로 급증한 신용대출이 가계대출의 새로운 뇌관이 됐는데 이들 은행이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그간 증자 문제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만큼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은 이해된다"면서도 "다만 최근의 신용대출 급증 상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한도를 조정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에 동참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2억원~3억원에 달했던 신용대출 한도를 모두 1억원 중반대로 크게 낮췄다. 또 고신용자의 연소득 대비 한도를 기존 200~250%에서 150%로 줄였다. 우대금리도 0.01~0.04%씩 없애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재테크·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케이뱅크와 씨티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어느 은행보다 쉽고 빠르게 또 높은 한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영끌'과 '빚투'의 대표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당국의 대출규제 권고를 적극 따르는 상황에 일부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의 이런 영업 행태는 자칫 관리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크다"며 "권고를 따르지 않는 은행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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