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간 벌었지만 강력한 지지자 잃어
바이든, 다자무역체제 추구…유명희 지지 표명 아직 없어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 갈림길에 놓였다.
도날드 트럼프 정부가 유 본부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실낱같은 당선 희망을 키웠지만, 바이든 정부도 유 본부장을 지지할 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으로 WTO 사무총장 선출 일정 자체가 연기됐고 바이든 정부 공식 출범이 내년 1월 이후인 만큼, 정부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한다고 밝혔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0.06.24 kebjun@newspim.com |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에 오른 유 본부장의 거취를 놓고 고심 중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후보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천하고 이날 일반이사회를 열어 추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가지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의 유 본부장 공식지지 선언과 WTO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의 코로나19 재확산이다.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보건 상황과 최근 시사 이벤트들을 포함한 이유로 대표단이 11월 9일 공식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번 회의를 연기하고, 그동안 대표단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WTO 사무총장은 다수결이 아닌 회원국 만장일치 합의로 추대된다. 하지만 미국이 유 본부장을 공식지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WTO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한 것이나 다름없어 원만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당초 WTO 회원국 다수 의견을 존중해 결과에 승복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국이 지지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미 대선 결과가 나올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공식 지지에 대해 WTO 회원국 설득에 나서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은 안개 속에 빠졌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할 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무역체제와 WTO 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인물이다. 이 때문에 공석인 사무총장 자리를 빠르게 채워 WTO 기능을 회복하기 바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대대적인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시점도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임기가 1월 20일까지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후보자 개인의 거취나 정부 입장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관계부처 등에서 논의하고 있어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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