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후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보유
항공업 경쟁력 강화 명분, 조 회장 백기사 자처
산은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 없을 것" 경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다. 현재 KCGI 등 3자연합은 조원태 회장 측 보다 한진칼 지분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로 한진칼 지분을 갖게 되면 조 회장 측에 힘을 싣게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대 항공사를 통합한 마당에 경영권 분쟁을 두고 보기도, 3자연합 측에 경영권을 넘기는 데도 동의할 리 없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제공=한진그룹] |
16일 산업은행 등 정부가 발표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한진칼은 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구조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한진칼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 3자연합은 한진칼 지분 확보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3자연합의 총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지분율(41.14%) 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자연합은 내년 초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산업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확보하게 될 지분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가 관건이다. 한진칼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양 측의 지분율은 모두 낮아지게 된다. 산업은행이 5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확보하게 될 지분은 10% 안팎.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1,2위 항공사 합병을 결정하면서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진칼과 산업은행의 투자계약에 따르면 산업은행 의무에 대해 총 7가지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위원 등을 선임할 수 있고 ▲주요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 및 동의권 준수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경영평가위원회가 대한항공에 경영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독할 책임 ▲PMI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책임 ▲대한항공 주식 등에 대한 담보 제공, 처분 등 제한 ▲투자합의서의 중요 조항 위반시 금 5천억원의 위약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권한 위임 및 질권을 설정할 의무 등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2019.09.10 mironj19@newspim.com |
조항에 따르면 한진칼은 주요경영사항에 앞서 산업은행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고, 대한항공 주식 처분에 대한 권한도 가진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권에 상당 부분 개입하는 형태다. 이 같은 이유로 3자연합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반대해 왔다.
3자연합은 지난 15일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3자배정 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우선 참여하겠다"고 반발한 바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한 '특혜 논란'을 의식해 공정한 경영권 행사를 강조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 및 금융지원은 코로나 위기 극복 및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며 "지원의 대가로 조원태 회장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매년 경영성과를 평가해 미흡시 퇴진 등 경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도 없을 것"이라며 "3자 연합 및 기타주주와 의결권을 나눌 계획이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