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아동복지법 위반,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무죄
대법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신중히 판단해야"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 충분"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대법원이 만 15세의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관계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했다 하더라도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군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군사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경 피해자 B씨와 성관계를 하던 중 B씨가 "그만하면 안 되냐. 힘들다. 그만하자"라고 하였음에도 계속하여 아동인 피해자를 간음해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만 15세의 다른 피해자 C씨를 협박해 간음하려고 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청소년 성보호법 위반)도 받는다.
A씨는 2017년 10월 경 피해자 C씨의 가슴, 성기 등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들을 피해자의 이름과 함께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매일 피해자로부터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들을 페이스북과 네이버 라인을 통해 받아낸 다음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었다.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사진들을 올리고 매일 사진을 보내야 한다고 협박해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청소년인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만 15세의 경우 성적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간음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내지 않은 경우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인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에서 만 15세인 피해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숙하나마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이는 점, 군검사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자체에 대해 학대행위로 기소하지 아니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원심이 피해자의 연령과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들어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은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가 정한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의 경우 1심과 2심은 피고인이 C씨에게 간음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내지는 않았고, 협박 이후 다른 협박을 하지는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협박을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해 간음행위에 사용하려는 고의가 있었고, 위 협박이 간음행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협박에 의한 강간죄 및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실행의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