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대전괴정고등학교 정문 앞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정문 앞 왕복 2차선에 수험생 자녀를 태우고 온 차량이 10여m 이어진 것과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룬 것을 제외하면 평소 등굣길과 비교해도 차분한 풍경이다.
후배들과 교사들의 응원과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테이블 등이 없어 더욱 썰렁해 보였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인 대전괴정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어머니가 수험생 아들의 손을 잡고 있다. 2020.12.03 rai@newspim.com |
하지만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아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는 어머니도,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딸을 안아주는 아버지도 홀로 시험을 치르러 가는 자녀에게 기운을 북돋아 줬다.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10여 번에 달하는 인터뷰 요청에도 부모들은 고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접촉에 대한 불안감도 원인이었을 거다.
그래서 수험장 정문 앞에서 귀를 더욱 기울였다. 마지막 배웅을 하기 전 부모와 자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다.
자신보다 큰 아들을 두 팔로 안은 어머니는 '아들 잘 봐'라는 말을 한 채 1분여간 포옹했다. 한 아버지는 딸이 시험장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딸 파이팅'을 여러 차례 외쳤다.
딸에게 떨지 말라면서 더 떨고 있는 어머니도,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간 것을 보고도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아버지, 자녀를 홀로 시험장을 보낸 뒤 괴정고 맞은편 편의점에서 정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들 모두 자녀를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은 같았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인 대전괴정고등학교 정문 맞은편에서 수험생 자녀를 배웅한 가족들이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머무르고 있다. 2020.12.03 rai@newspim.com |
수험생 자녀들은 대다수 '잘 보고 올게'라며 자신보다 긴장한 부모를 안정킨 뒤 묵묵히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차분했던 시험장은 32년째 괴정고시험장에서 교통정리를 한 봉사자도 처음 본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과 함께 교통정리를 도운 대전 서구 모범운전자지회 정양우 씨는 "32년 동안 시험장 자원봉사를 하는 데 올해처럼 차분한 적은 처음이다. 예년에는 오전 5시부터 응원 준비하느라 복잡했다"며 "아이들이 절대 당황하지 않고 평소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올해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치러진다. 4교시 운영 시험장은 오후 4시32분에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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