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 7일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확정…처벌 강화 기조 유지
피해확산방지 노력하면 특별감경…피해자 심각한 피해 땐 가중처벌
"극단적 예시 삭제…피해자 고통 요구 여지 차단"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성범죄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한다는 오해를 차단하고자 가중처벌 근거 중 하나인 '심각한 피해' 관련 극단적 예시를 양형 기준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지난 7일 제106차 회의 결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확정된 양형기준은 내년 공소 제기된 범죄부터 적용된다.
이번 양형기준 확정은 9월 발표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의 골자인 '처벌 기준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양형에 반영되는 세부 요소들을 조정해 디지털성범죄 적발과 근절을 돕고 피해자 고통에 더욱 공감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07 leehs@newspim.com |
양형위는 특히 수사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협조 정도에 따라 형량 감경 요소로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자수나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 전모에 관해 완전하고 자발적으로 개시할 경우 이를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해 형량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에 미치지 못할 지라도 자백으로 관련자 처벌 및 후속범죄 저지 등 수사에 기여했다면 이 역시 감경 요소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감경 요소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 등 성범죄 뿐만 아니라 조직적 범죄 특성이 있는 카메라등이용촬영, 허위영상물 등 반포 범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확정 양형기준에서 가중처벌 권고 근거와 관련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은 빼기로 했다. 종전에 마련된 양형기준에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정의 규정에서 '자살이나 자살시도' 등 극단적 예시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같은 표현을 두고 논의 과정에서 나온 '자칫 범죄 피해에 따른 고통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을 해소한다는 차원이다. 또 피해자가 추가적인 피해 증명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로 인한 피해 자체에 공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게 양형위 설명이다.
또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요소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해당 범행 전까지 단 한 번도 범행 전력이 없어야 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하거나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라면 감경 요소가 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앞서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양형 기준을 9월 발표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한 범죄자에게는 최대 징역 29년 3월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이를 영리 등 목적으로 판매한 경우 최대 징역 27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한편 양형위는 같은 날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범죄' 양형기준안 설정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구체적인 유형 분류와 명칭을 변경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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