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터졌던 3월, 달러 긴급차입 이후 상환 도래
"내년부터 외화채 발행 통해 건전성 관리 나설 것"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주요 은행들의 외화 사정이 갑작스럽게 악화됐다.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확산) 당시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급하게 차입한 달러를 상환해야할 시기가 도래한 까닭이다. 내년부터 수출입 거래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달러 대출이 늘 것으로 보여 은행들은 외화채 발행 등을 통해 달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기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 1분기 대비 평균 16%p 하락했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은행은 33%p까지 빠졌다. 외화 LCR은 국공채나 지급준비금, 달러 현금 등 고유동성 자산을 향후 한 달간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것이다. 위기발생 시 외화 자금이 충분한지를 확인하는 지표다.
유동성 지표가 대폭 쪼그라든 이유는 단기로 차입한 달러 상환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외화 자산이 크게 빠져나간 탓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전세계적 달러를 일단 쌓아두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 역시 외화채를 발행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 속 타행 간 거래 등 단기 차입을 통해 달러 비축에 나섰다.
일시적인 쇼크인 만큼 조달 여력이 저하된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 차입 가산금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장기 대외 차입 가산 금리는 지난 1월 37bp에서 4월 134bp으로 치솟았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11월에는 33bp 수준으로 내려왔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와프 레이트가 위기 당시 -100bp까지 갔다가 현재는 플러스로 전환됐다. 원화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커졌다"며 "이러한 상황 속 은행들이 굳이 외화 유동성을 무리하게 끌어올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달러 수요가 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들은 다시 외화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들은 보통 수출환어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수입업체에 대금을 빌려주는데 이때 달러가 사용된다. 내년부터 수출입 거래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둘 수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3월부터는 LCR 관리 규제 완화조치가 종료된다. 여전히 내수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다른 금융정책과 함께 시행기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지만, 은행들로서는 미연장 가능성에 대비해 LCR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때 긴급조달했던 자금들이 만기가 도래되고 상환을 하면서 유동성 조절을 좀 했고, 점차적으로 다시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월 당국은 외화 LCR 규제비율을 80%에서 70%로, 통합 LCR 규제비율을 100%에서 8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9월말까지였던 규제 완화는 2021년 3월까지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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