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확인 한계, 서울시 방조의혹 '무혐의'
피해자측 반발, 시민단체 중심 여성계 공동대응
서울시, 성희롱 방지 시스템 개선...실효성 논란 여전
궐위로 인한 영향 지속, 보궐선거전까지 혼란 불가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경찰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피해자측과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서울시는 공식입장 없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시스템 보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수사 종결과 상관 없이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의혹과 관련된 수사종결 및 무혐의 결정에 대해 30일에도 특별한 공식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11일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2020.07.11 alwaysame@newspim.com |
이번 사안이 이미 서울시정과 분리된 상태며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로 불거진 성희롱 근절 시스템 보완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앞선 29일 박 전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을 불기소 의견(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도 증거 부족에 따라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 사망 직후부터 이어진 5개월간의 수사는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수사는 종결됐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특별대책위원회 차원의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진행중이다.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처리절차를 전면 개편하고 단체장이 연관된 사건은 외부에서 조사를 전담하며 2차 가해에 대한 징계규칙을 명문화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제도와 조직문화, 예방교육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근절대책 발표 당시에도 서울시 시스템 개선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 박 전 시장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중 하나인 비서실과 관련해서도 수면실을 없애고 업무지침을 새로 마련하는 등 지엽적인 접근만 보였다는 지적이다.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둘러싼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서울시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강조한 피해자의 조속한 복귀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경찰 수사 결과 공개 직후 일제히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는 주장이다.
이날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하는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여성계의 반발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피해자측은 경찰의 수사종결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대응 여부에 따라 이번 사태를 둘러싼 법적공방 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상 유례없는 시장 궐위에 따른 서울시정의 혼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국 기준 1000명, 서울에서만 500명이 넘는 일일 확진자가 발생하는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서울시의 코로나 대응에도 점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내년 4월 7일로 예정된 보궐선거가 다가오며 공치적 공방까지 더해지는 등 당분간 서울시를 둘러싼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조직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 내 구조적‧문화적 문제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성 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