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김치'→'파오차이' 번역 수정 요구
문체부 "국민 정서 반영해 2~3월 중 훈령 정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치를 중국어로 표기하면 중국의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다. 이는 중국의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와 같아 자칫하면 한국의 전통 김치를 중국의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의 '문화 동북 공정' 기세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국어 번역 표기 지침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를 중국식으로 '파오차이'로 번역한 문화체육관광부 훈령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11일 밤 문체부 훈령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제4조제2항제5호에 따라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번역 및 표기는 관용으로 인정해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김치'를 '파오차이'로도 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훈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볏짚으로 속이 빠지지 않게 묶은 김치 [사진=문화재청] 2021.01.12 89hklee@newspim.com |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7월 15일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은 다양한 번역과 표기 방식으로 인한 혼란과 오역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문화 공정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게 돼버렸다.
중국의 '파오차이'와 한국의 '김치'는 엄연히 구분되는 음식이다. '파오차이'는 배추나 각종 채소를 소금과 산초, 잎, 고추, 물 등을 넣고 발효시켜 시큼하게 만든 일종의 피클이다. 반면,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무를 고춧가루, 파, 마늘 등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으로 파오차이와 재료와 조리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중국이 한복을 비롯해 아리랑, 김치까지 중국의 문화라고 억지 주장하면서 한국인과 중국 네티즌 사이의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 전통요리를 소개하는 한 중국인 유튜버는 김장 담그는 영상을 게재했고 설명에 'Chinese cusine' 'Chinese Food'라고 적어 한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김치는 한국 음식이다"라고 대응했다. 외국인들의 눈에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충분히 오해할 만한 이 영상은 12일 오후 기준 370만회를 돌파했다. 이 유튜버의 구독자는 1400만명에 이른다.
또 이날 문체부에 따르면 훈령 제427호 제4조제2항23호나목에 따라 유사한 개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드러내야 할 경우 순 우리말로 음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김치를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김치의 우리식 중국어 표현인 '신치(辛奇)' 등 용어로 표기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1.01.12 89hklee@newspim.com |
이에 먼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외국인도 알기 쉽게 한국 음식을 표기할 수 있도록 제정한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준 기준'의 예시 음식들에 대한 번역이 수정될 예정이다. 공사의 음식관광 플랫폼 '푸드트립'(foodtrip)에 김치를 검색해 도출되는 김치 관련 음식은 245개다. 이를 번역했을 때, '파오차이泡菜 (신치辛奇)'로 표기한 '김치'를 제외하곤, 김치가 들어간 244개 음식은 '파오차이'로 표기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행정규칙이라 입법절차가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김치를 비롯해 다른 예시 중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국립국어원과 확인·검토하고 관계 기관과 업체와 의견을 조율해 2, 3월 중 개정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 배포된 안내서도 수정돼 다시 발간할 예정이며, 관광공사가 발간한 지침도 마찬가지로, 김치를 포함한 예시 음식 번역이 수정돼 발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김치를 '신치'로 표현할 수도 '파오차이'로도 표기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인데, 원칙상 수정보다 예시 중심의 수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앞서 '김치'를 '신치'로 표기했을 때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언어학자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2013년 '신치'라는 표기가 등장한 이후 7년 정도가 흐른 상황인 만큼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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