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일본 뷰티 기업 시세이도(Shiseido Co., TYO: 4911)가 저가 브랜드를 1600억엔(약 1조6995억원)에 매각하기로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와 합의했다. 고급 화장품 부문에 주력하기 위한 기업재편의 일환이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세이도는 3일 성명을 내고 헤어제품으로 유명한 츠바키와 페이스워시로 유명한 센카 등 유명 드럭스토어 브랜드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일본 도쿄의 시세이도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세이도는 오는 7월 일본과 여타 국가에서 운영하는 퍼스널케어 사업부를 CVC가 투자할 예정인 지주회사에 넘기고, 매각한 브랜드들을 운영할 이 지주회사 지분 35%를 갖게 된다. 미래 상장 계획 등 지분회사 운영은 CVC가 맡는다.
우오타니 마사히코(魚谷雅彦) 시세이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퍼스널케어 비즈니스 모델은 뷰티 기업으로서 우리가 주력하는 방향과 매우 다르다"며 "회사가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았지만 이번 매각 결정은 성급히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오타니 CEO는 "퍼스널케어 사업부는 회사가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지원을 해주기 힘들었던 만큼, 퍼스널케어 사업부의 미래에 대해 내부적으로 수년 간 논의가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VC를 비롯한 다른 잠재적 파트너들이 과거에도 인수 제의를 해 왔으나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매각을 미뤄 왔다고 덧붙였다.
시세이도 주가는 매각 논의가 처음 보도된 후 10% 이상 뛰었으며, 이날 공식 발표 전 도쿄증시에서 1.5% 상승 마감했다.
약 140년 전 도쿄 긴자거리의 약국으로 시작한 시세이도는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소비자들의 뷰티 수요에 큰 변화가 일어나 다른 뷰티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기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기업 재편 및 2023년 목표 중기 계획의 일환으로 2021년까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캐서린 림 애널리스트는 "시세이도가 이번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2023년 목표 달성과 더불어 디지털 뷰티 및 전자상거래 사업 투자에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미야사코 미츠코 애널리스트는 "시세이도가 더욱 과감하고 기민한 경영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비핵심 사업부를 추가 매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년 간 우오타니 CEO는 현금 확보를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자산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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