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사건서 '징역 1년6월' 원심 파기환송
"유·무죄 판단 전 '양심' 소명자료 받아 심리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진정한 양심' 여부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유죄 판결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6년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강제징집제도는 위헌"이라며 "입영 거부 사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국방·병역의 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종교·양심의 자유가 이같은 헌법적 의무에 의한 법익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며 "헌법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으로 국민의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헌법상 근로의 권리에 의해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정한 보수수준에 관한 내용이 법령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된 바 없는 이상, 군인의 보수를 정하는 관계법령이 그 보수수준보다 낮은 봉급월액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은 그러나 A씨가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인지 구체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유죄 판결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림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그러한 양심의 형성 동기와 경위를 밝히도록 하고, 피고인으로부터 병역거부에 이르게 된 그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석명을 구한 다음 이에 따라 추가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특히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고 그러한 양심의 형성 동기와 그 경위 등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