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중 첫 해외 자회사
떠오르는 아시아 금융시장 '기회'
설립 후 현지 회사 인수도 검토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싱가포르에 자산운용 자회사를 설립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첫 시도다.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통해 목표로 추진해온 '2025년 40대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싱가포르 금융당국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로, 하나금융지주는 절차가 마무리된 후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인허가 취득이 완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
하나금융지주가 싱가포르에 자산운용 자회사를 설립하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첫 사례가 된다. KB금융지주만 2017년부터 KB자산운용을 통해 손자회사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 뿐, 현재 다른 금융지주는 싱가포르에 자산운용 자회사를 포함해 법인이 아예 없다.
하나금융지주가 싱가포르 자산운용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글로벌 자산운용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하나금융지주는 출범 이후 줄곧 글로벌을 핵심가치로 전면에 내세워왔다.
김정태 회장도 2012년 취임 직후 2025년까지 '글로벌 40위 금융그룹', '글로벌 이익비중 10%→40% 확대' 등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기준 글로벌 순위 81위(더 뱅커지 선정 기준), 글로벌 이익비중 21.7%(3분기 누적)로 아직 목표에는 미달하나 이번 시도가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싱가포르를 낙점한 것은 2019년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 영향이다. 본래 아시아 금융허브는 홍콩이다. 그러나 홍콩 사태로 현지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아시아 금융자금이 싱가포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현지 적정한 규모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진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이 장기적으로 이익창출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하나금융지주는 2000억원 규모로 제한된 라이선스(RFMC)보다 상위 라이선스를 취득, 운용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설립 이후 적정 시기에 현지 자산운용사 인수 등을 통한 인오가닉(Inorganic·비유기적) 성장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해당 지역에서의 그룹 시너지 창출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Practice·모범사례)를 마련해 유사한 선진시장 진출 시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