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판에 "좀 지나면 잊혀진다, 부러우면 LH로 와라" 남겨
여론 질타 이어지자 "왜 우리만 갖고 그러나" 막말성 발언도
LH 내부 "직원 일부의 일탈행위...대부분은 반성 중"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익명 커뮤니티를 활용한 직원들의 '막말성'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리혐의 파장에 LH 직원 대부분을 투기 세력으로 비난하자 익명을 이용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사익을 위해 개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섰다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LH 내부에선 1만명이 넘는 임직원 중 극소수 직원의 발언 내용이 LH 전체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직원들 신경 안 쓴다" "한두 달 지나면 잊혀진다" LH 직원 막말 릴레이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직장인 익명 온라인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냐"며 "(국민들이)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부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며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죄인을 사람이 많은 곳에 공개해 수치심을 주는 처벌 방식) 한다"고 남겼다.
이런 익명을 이용한 불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을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경남 진주의 LH 본사 내부에서 홍보관·토지주택박물관 앞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건물 밖에 시위를 위해 모인 시민들 모습이 담겼다. 이 네티즌은 "층수 높아서 안 들려. 개꿀~"이라고 적었다. 건물 층수가 높아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비아냥한 말이다.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메신저에 해당 사진이 공유되자 다른 직원은 "ㅋㅋㅋㅋ"라며 비웃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직원은 "저희 본부에는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남겼다.
LH 직원들 모두를 죄인 취급하는 시선이 불만이라는 의견도 있다. 내부 직원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블라인드에 "너무 억울하다. 왜 우리한테만 XX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정치인, 국회의원이 해처 먹은 게 우리 회사 직원들보다 훨씬 많다고 들었음.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쪽 정보 요구해서 투기하는 거 몇 번 봤다. 시선을 돌리려 LH만 죽이기 하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LH 직원들의 발언에 여론은 더욱더 악화일로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성의 모습도 없다는 것이다. 실명 거래보다는 차명 거래가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형제 및 지인 등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 시세차익을 철저하게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투기 비리를 말끔히 척결하고 이후 LH를 민영화 또는 사업부별로 쪼개서 사실상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 "직원 일부의 일탈행위"...상당수 직원, 자숙 중
LH 직원의 막발성 발언에 여론의 공분이 커지고 있지만 직원 대부분은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직원의 일탈을 LH 직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LH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소속 직원이 1만명이 넘는데 극소수 직원의 발언이 LH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며 "많은 직원은 이번 계기로 비리가 없는 조직문화가 새롭게 만들어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썼다.
LH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의 땅 투기 혐의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알파만파로 퍼지면서 일부 직원의 발언도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일단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혐의 부분을 완전히 도려낸 뒤 비리행위를 사전에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