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3% 전망에도 대출 목표 예년 수준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총자산 성장률 목표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잡았다. 한국은행이 작년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보수적인 목표를 정했다. 지난해 급격한 대출증가 후유증으로 올해 대출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
12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올해 총자산 성장률 목표는 5.7%로 작년 목표(5.8%)와 비슷한 수준이다. 해당 목표를 달성하면 올해 하나금융의 신탁자산 포함 총자산은 627조원이 된다.
앞서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이 2020년 -1.1%에서 2021년 3%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음에도, 작년과 올해 비슷한 성장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
국내 금융지주는 총자산에서 대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구조다. 하나금융도 작년 총자산(신탁자산 포함)이 593조원이었는데, 하나은행 총자산만 462조원(별도 기준)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총자산의 3분의2 이상이 대출채권이다. 즉 은행 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 지가 금융지주 총자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은행의 대출 성장률 목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간으로 설정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을수록 대출 성장률 목표 숫자도 커질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작년과 올해 비슷한 목표를 설정한 것은 그만큼 영업환경을 보수적으로 본다는 의미라는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3% 경제성장률이 제시됐는데도 작년 마이너스 성장률 시기와 올해 목표가 비슷하다. 은행에서 올해 영업환경을 보수적으로 바라본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국내 은행들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대출을 크게 늘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은행 대출 증가율은 10%로 2008년(1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6.2%)과도 크게 차이가 나는 규모다. 하지만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향후 은행의 부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대출이 급증한 후 자산건전성 악화가 따랐고 기업 및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이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며 "작년 대출 급증은 국내은행의 중단기적인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자유예, 만기연장 등의 정책이 시행됐는데, 언젠가는 은행에 리스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대출 급증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반영된 모습이다. 작년 빚투, 부동산 영끌 등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면서 당국은 은행권에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올초에도 주요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대출 목표치를 점검하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나금융을 비롯한 국내 은행권은 올해 대출자산 성장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립했다. KB금융은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건전성 중심의 보수적인 여신정책을 통해 성장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우량자산 중심으로 선별적인 성장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나금융도 컨퍼런스 콜에서 "실수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기업의 보증서 담보대출 쪽을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