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연임과 동시에 '안전환경본부' 신설
김학동 사장·전중선 부사장, 대표이사로 선임
전임 회장처럼 사임 시 안전 약속 못 지킬 수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잇단 사고로 정치권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2018년 7월부터 포스코를 이끈 최정우 회장이 앞으로 3년간 다시 회장을 맡는 것이다.
최 회장에 주어진 숙제는 많다. 산업 재해에 대비해 포스코를 무재해 사업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포스코의 근간이자, 산업의 쌀인 제철소를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 시대의 요구인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향한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당시 안전분야 투자를 1조10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고강도 안전관리 특별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안전 설비 및 관리 등 개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들어서도 최 회장의 안전 경영 의지는 수차례 공식 메시지를 통해 사내외에 전달됐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거듭 표명하며 광양·포항 제철소 현장을 누볐다.
포스코의 산재 사고 이후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앞으로 3년간 오래된 노후화 시설에 대해 추가 투자해 포스코를 무재해 사업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무재해 사업장은 사고 예방을 위한 그 어떤 조치 보다도 무거운 약속이다. 회장으로서 국민 앞에서 말했으니 그 책임 또한 막중하다.
김기락 산업1부 차장 |
무재해 사업장을 향한 목표는 지난 12일 최 회장 연임 확정과 동시에 구체화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환경본부'를 신설하고 철강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동 철강부문장(사장)과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이 김 사장과 전 부사장과 함께 포스코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 회장이 경영자로서 얼마나 큰 결단을 내린 것인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대표이사의 권한은 사실상 최 회장과 같다. 적어도 안전만큼은 그렇게 보인다. 뒤집어보면 최 회장이 회장직을 건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위한 결연한 태도다.
최 회장은 지난해말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었다. 최 회장 외에 다른 회장 후보도 없었고,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은 당연시 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포스코를 무재해 사업장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은 연임과 함께 정권 교체를 전후로 사임했다.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이전에 정부의 입김에서 포스코는 자유롭지 못했다.
이구택 회장은 2007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반만에 사임했다. 정준양 회장도 연임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임기 1년 4개월을 남긴 채 2014년 포스코를 떠났다. 2018년 4월 권오준 회장도 사임 시 정치권 등 외압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회장 연임 시점에서 굳이 전임 회장들의 사임을 끄집어낸 이유는 최 회장이 국민들과 안전 약속을 잘 지켜달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최 회장에게 안전책임을 지적해온 국회의원들 또한 약속 이행을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게다.
만약 최 회장이 전임 회장들처럼 중도사임한다면 포스코는 안전 약속을 못 지킨 기업으로 낙인 찍힐지 모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 회장의 무재해 사업장 약속을 응원한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