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개 컨테이너 실은 400m 에버기븐, 수에즈 운하 '길막'
사고 6일째에도 인양 작업 제자리‥해운사들, 우회 결정
장기화 될 경우 기업들 물류 전략에 차질…이번 주 분수령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사고로 엿새째 막히면서 전 세계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해주는 운하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수로다. 세계 무역 화물의 12%가 통과한다.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서 유럽으로 화물을 보낼 경우 2주 가량이 더 소요된다.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에는 통과를 위해 대기하는 선박이 양방향으로 약 400척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0척 가량이 우리 국적선사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로이터 (제3자 제공) 뉴스핌] |
세계 최대 해운업체 덴마크 머스크는 이미 선박 15척의 항로를 바꿨다고 밝혔고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도 컨테이너 선박 4척을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글로비스도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에 머불고 있는 선박 중에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제품이 실린 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상화물 수출 비중은 63.5%로 항공화물 수출 비중 35.7%의 두 배에 이른다. 2016년에는 해상화물 수출 비중이 72.5%에 이르렀지만 최근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품목 변화로 항공화물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상화물 비중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등 중량이 큰 중화학제품군은전체 수출의 95% 이상이 해상화물로 운송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다만,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대부분 항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에즈 운하 사고가 장기화 될 경우 기업들로서는 물류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면 6000마일(9656km)을 더 가야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수에즈 운하에 머물고 있는 일부 선박에 우리 수출 품목이 있다"며 "판매국가별로 재고물량이 있어 당장 영향이 있지는 않지만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에 공장들이 있어 대부분 자체 생산을 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면 6000마일(9656km)을 더 가야 한다. [사진=블룸버그] |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일본 쇼에이기센으로부터 용선한 에버기븐은 지난 23일 오전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던 중 수에즈 운하 남쪽 인근에서 멈춰 섰다. 에버기븐은 길이 400m, 폭 59m, 22만t 규모로 약 2만개의 컨테이너를 적재한 상태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필 컨테이너선이 운하를 따라 세로가 아닌 한 가운데에 대각선으로 길목에 끼어있는 상황이라 예인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24시간 동안 만조 때 운하 수위가 올라갈 때가 사고 수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정부와 SCA는 운하를 막고 있는 에버기븐호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28일~29일 만조 때 운하 수위가 올라간 동안 예인선과 준설작업을 통해 좌초선박을 인양한다는 계획이다. 인양업체 측은 성공 가능성을 50% 로 보고 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