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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용차는 대마불사가 아니다

기사입력 : 2021년03월30일 12:51

최종수정 : 2021년03월30일 12:51

정부·정치권, 산은 구조조정 원칙 흔들지 말아야
대주주도 포기한 기업에 국책은행의 혈세 지원 '안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사자성어로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큰 말은 죽지 않고 필경 살 길이 생겨난다는 뜻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한 거대 IB(투자은행)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남은 상황에 빗대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쌍용자동차를 두고 대마불사라는 말이 언급된다. '고용 문제'를 들어 쌍용차 도산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직·간접 고용인원이 60만명에 달하는 만큼 '대마(큰 말)'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논리다.

실제 '빈손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해온 산은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말이 최근 금융권과 자동차 업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결국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고용을 감안하면 살리는 것이 좋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도 큰 틀에서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자 쌍용차는 산은의 지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대마불사를 믿기 시작한 눈치다.

하지만 '대마불사' 논리는 쌍용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경영난 당시 정부의 엄청난 지원으로 억지 회생된 기업이 또다시 사지에 내몰린 점을 볼 때 '지속가능성이 있냐'는 의구심의 목소리다.

한진해운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국내 1위 해운업체였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해야만 했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대표적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쌍용차는 한진해운과 달리 산은이 혈세(血稅)를 투입해서 살려야 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사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쌍용차도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답은 "NO"다.

산은이 여러 차례 발표한 입장을 종합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명분이 없다. 대주주도 포기한 기업에 주채권은행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면 '국민혈세 낭비'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둘째 지속가능성이다. 완성차 업계의 화두는 미래 먹거리 전기차로 향하고 있지만 쌍용차의 성과는 극히 미미한 상태다. 이동걸 회장도 뒤처진 쌍용차의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시간이 지날수록 쌍용차 경쟁력은 떨어져 돈이 투입되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셋째는 쌍용차 사측의 소극적 태도와 강성 노조다. 어려운 기업이 적극 나서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노동자가 아무런 희생을 원치 않는 상황에 산은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고하고 싶다. 더 이상 산은의 구조조정 원칙을 흔들지 않길 바란다. 쌍용차 역시 헛된 기대를 품지 않아야 한다. 신규 투자자 유치와 지속가능한 자구안이 없는 한 국민혈세는 단 1원도 투입돼서는 안될 일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 발언에 답이 있다고 본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 각오로 환골탈태를 도모하는 기업과 정부 지원만 원하며 온실 속 화초처럼 놓인 기업 중 어느 곳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rpl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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