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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의 춘추정국] '방역 수장' 총리의 대선 출마, 여권이 소용돌이 친다

기사입력 : 2021년04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21년04월05일 06:00

[서울=뉴스핌] 이준혁 부국장 = 정가에서 때 아닌 정세균 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화제다. 4·7 재보궐선거가 목전이고, 코로나 19 4차 대유행이 감지되면서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의 대선 출마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하지만 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에선 이미 정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이라면 왜 이 시기에 총리가 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하려는 것일까. 사실상 코로나19 방역당국의 수장 아니던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권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 총리의 대선 출마는 이미 정가의 타임테이블에 밑줄 그어진 빅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의아하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말기, 이제 현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선이 내년 3월 9일이니, 11개월 남짓 남겨진 상황이다. 정가에서 흔히 하는 말로 '순장조'가 되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이른바 시즌 종료 시점이다. 그러니 더욱 이상하다. 

분명한 것은 정 총리 본인도 순장조가 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4·7 재보선이 끝나면 사의를 표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상당한 여지를 남겼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총리의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거취 문제는 대통령에게 먼저 말씀드리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즉답을 피했다. "거취는 대통령께 먼저 말씀드리겠다"는 표현이 딱 걸린다. 코로나19 재유행을 잡기 위해 방역 관리에도 일정이 모자라는 위치다. 하지만 정 총리는 거취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치권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밥 한 숟가락 떴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출구전략의 수순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권 도전 의사를 굳이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여권 내에서조차 정 총리의 이날 발언 이후 4월 사퇴 일정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 총리는 여권 내에서도 희귀성이 매우 높은 정치인이다. 소위 다른 정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많지 않은 원로급 거물 정치인이다. 특정 스펙트럼에 날이 서 있지 않고 중도적이면서 합리적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호평을 많이 듣는다.

국회의장에서 총리로 지명 받아 인사청문회에 나설 때만 해도 역할이 주어졌으니 의전서열이 낮아져도, 그런 비난이 두렵지 않다고 했던 그다. 국회의장의 국가 의전서열은 대통령에 이어 2위다. 정치적 위상으로는 권력서열 넘버투다. 그래서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직을 맡아 국가원수인 대통령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헌정사를 새로 쓰는 것이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 수장이 감시대상인 행정부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논란이 됐겠는가. 하지만 온갖 비난 속에서도 코로나19 방역관리 등에 솔선수범하는 정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높은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국에 총리의 대선 출마 시나리오는 얼키고 설킨 매듭이 적지 않다.

여권의 몇몇 고위급 인사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의 대답이 대동소이하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계열의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이란다. 문재인 정부를 이어받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끌고, 노무현 정신을 밑거름 삼아 지역균형발전의 대들보를 세워야 하는 후계자가 없단다. 아이러니다. 집권여당을 이끄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진보진영의 프론티어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말은 가볍게 흘려듣기 어렵다. "(내년 대선을 앞둔)상황이 녹록치 않다. 리스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LH 사태 등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감이 광풍처럼 불어 닥쳤다. 불길도 거세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넘겨주면 이니셔티브(대선 주도권)를 뺏긴다. 선거를 이끈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고, 이재명 지사는 현 정부를 서포트하기보다 독자적으로 갈 공산이 크다. 안희정이나 박원순도 후보군에서 빠졌다. 친노 대표인 이광재 의원은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힘에 부친다. 친노·친문 모두 김경수 경남지사를 옹호하지만 판결이 코 앞이다. 결과가 어떨지 예단할 수 없고 시간적으로 대선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친노·친문계) 제3후보를 찾아야 한다. 현재로선 정세균 총리가 유일한 대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습 yooksa@newspim.com

4·7 재보궐선거에 가려져있지만 이미 수면 밑에서 소용돌이 치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결정하는 날짜는 오는 9월 10일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 6개월 전 결정하게 되어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선 4개월 전이니, 11월 10일쯤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민주당이 9월 초 대선후보를 발표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155일 정도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됐을 때가 대선 1년 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선까지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예전 같았다면, 아니 이번 보궐선거만 없었다면 정치권은 이미 대선전에 돌입했을 시기다.
여권 내 정 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나오는 타이밍이 결코 빠르지 않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현재 코로나 방역의 총사령관이나 마찬가지인 정 총리가 빠질 경우 그 공백이 가져올 여파가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현재 거론되는 최적의 후임자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과 정부부처 내 정 총리의 다음 의전서열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다.

이들이라면 코로나 방역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충분히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 많지 않은 영남권 대선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까지 차기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상황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여권 내 조급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코로나 방역의 무한책임론을 내걸었던 정 총리의 대선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국민 여론이 어떨지도 아직은 물음표다. 다만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좋지 않거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예상을 웃돌게 된다면 여권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보궐선거는 이제 이틀 남았지만, 여당의 대선후보 확정은 5개월 남았다. 여권 내에선 일찌감치 보궐선거 이후를 내다보는 숱한 시나리오들이 있을 것이다. 확실히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얼룩진 보궐선거 이후 또 따른 큰 풍랑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는 내년까지 선거라는 바람으로 온통 뒤덮힐 것이다. 우리 모두가 거센 풍랑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jh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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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남' 김동선 경영 검증 시험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업계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다. 백화점 시장 점유율도 6%대로 내려앉았으며, 수익성도 악화되면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이 부사장직에 오른 지 만 1년 만에 거둔 성과가 미흡하자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본업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며 간판을 교체하고 대대적인 리뉴얼을 꾀하는 사이에, 갤러리아는 유통업과 다소 동떨어진 신사업인 식품에 집중한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 부사장은 명품 강화와 백화점과 호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두 가지로 본업 반등을 꾀하고 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사진=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 취임 1년...그룹 존재감은 UP 26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미래비전총괄이 올해 11월로 부사장직에 오른 지 만 1년이 지났다. 현재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미래비전총괄과 함께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로써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 내 총 6개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김 부사장이 지난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그는 그간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져오면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22년 갤러리아부문 전략부문장 전무에 선임됐으며, 이듬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유통·서비스부문을 김동선 부사장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한화갤러리아 지분도 올해 대폭 늘렸다. 한화갤러리아는 김 부사장이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1일까지 20일간 진행된 공개매수를 통해 2816만4783주를 확보했다. 이로써 김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기존 2.32%에서 16.85%로 높아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대 주주는 36.31%를 보유한 ㈜한화이고, 3대 주주는 한화솔루션으로 1.3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신사업 집중에 본업 경쟁력 약화 김 부사장 개인적으로는 그룹 안에서 존재감이 뚜렷해졌지만, 내실 경영엔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오히려 퇴보하며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주력 사업인 백화점의 사업 경쟁력은 약화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7.8%에서 2023년 6.8%, 올해 3분기에는 6.4%를 기록하며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적도 뒷걸음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매출 역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 45억 원에 이어 3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호텔 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1~3분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리조트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가량 줄어든 41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54억 원으로 전년 동기(179억 원)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다만 김동선 부사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파이브가이즈는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 등 식음료 부문 매출은 3분기 기준 370억 원으로 지난해 말(104억 원)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식음료 부문 매출 비중이 3분기 기준 전체의 9.4%대로 크지 않은 만큼 한화갤러리아 성장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백화점 매출 비중은 90.6%에 달한다. 본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에 오픈하는 에르메스 매장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본업으로 다시 눈 돌리는 김동선 이에 한화갤러리아는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로 승부수를 띄운 모습이다. 한화 유통·서비스 부문(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은 포인트 교차 사용 제도를 시행하며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으로 백화점과 갤러리아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G포인트'를 한화리조트를 비롯해 호텔 사업장과 골프장, 아쿠아플라넷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H-라이브 클럽' 포인트 역시 갤러리아백화점 등 한화갤러리아의 사업장까지 사용처를 확대한다. 지난달에는 통합 유니폼을 도입하며 브랜드 통일성을 강화했다. 통합 유니폼 도입은 각사 모두 10년 넘게 사용한 유니폼을 교체하며 브랜드 통일성을 확보하고 고객 인지도 제고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명품관 리뉴얼' 계획 역시 수익성 반등을 위한 자구책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웨스트관을 내년 하반기까지 리뉴얼해 이스트관과 마찬가지로 럭셔리 공간을 넓힐 방침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 위주로 이스트(EAST)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적었던 웨스트(WEST) 공간을 대폭 리뉴얼한다는 구상이다. '갤러리아=명품'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해 백화점 큰손인 VIP들을 잡아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미래비전총괄로서 단순 신사업을 넘어 향후 회사를 이끌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가시적 성과를 낸 파이브가이즈 등 식음료 부문은 물론, 본업인 백화점, 호텔 등을 포함해 향후 다양한 사업군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2024-11-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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