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빌·컴투스, 포괄임금제 상반기 폐지 결정
2017년 펄어비스 시작으로 '3N' 등도 폐지
중견·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시행중...내부 고민 깊어져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국내 게임업계의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괄임금제' 폐지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포괄임금제로는 업체 간 처우·복지 경쟁에서 더 이상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 게임빌·컴투스, 포괄임금제 상반기 폐지...업계 대세로
[제공=게임빌, 컴투스] |
8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빌과 컴투스, 게임빌컴투스플랫폼(이하 GCP)는 오는 상반기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3사는 최근 세 자릿수 수준의 대규모 경력사원 공개 채용 소식을 알리며 포괄임금제 폐지 소식도 함께 전했다. 지난해 말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빌 관계자는 "유연근무제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가 기업 이미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 시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해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단순 노동시간보다는 성과 위주로 운영되는 게임업계 특성상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다만 '크런치 모드(신작 출시나 업데이트 마감 전 장시간·고강도 근무체계)' 등 회사가 직원들에게 '공짜 야근'을 시킬 수 있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게임업계에 포괄임금제 폐지 바람이 불었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은 물론, 웹젠,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등이 일찌감치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상태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A 업체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니 확실히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게임업계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화섬식품노조 산하 네이버·카카오·스마일게이트·넥슨 지회 구성원이 19일 오전 판교 유스페이스 앞 광장에서 '판교IT노동자 실태조사'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사진=민주노총 제공] |
◆ 치열한 업계 인재 경쟁...포괄임금제, 복지 수준 판단 잣대로
급격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게임업계는 현재 유능한 개발자 등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넥슨에서 촉발한 업체들의 연봉인상 릴레이가 이를 증명한다. 각 업체들은 경쟁사에 비해 더 좋은 처우와 복지제도를 내세우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최근 중견게임사 웹젠이 새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 노조 설립 업체는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등 네 곳으로 늘어났다. 업계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은 향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 업계에서는 기존 포괄임금제로는 점점 치열해지는 인재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임업계 특성상 노동의 자율과 책임이 중요하지만,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자칫 경쟁에서 한 번에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포괄임금제 존속 여부를 놓고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로는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NHN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게임사 대부분은 포괄임금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B 업체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인재 영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를 하고 있고 업계 상황,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재논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