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싱글맘은 불편할 수 있지만 창피하거나 불쌍한 게 아니에요."
이는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42)가 지난 9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말이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 출연 확정 이후 전해진 그의 발언은 한부모 가정에게도 용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출산한 사유리는 미혼모나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싱글모가 된 경우다. 미혼이었던 사유리는 병원에서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진단에 충격을 받았다. 출산 때문에 억지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서둘러 결혼할 수 없었던 그는 정자은행을 선택해 스스로 비혼모가 되기로 했다. 출산을 스스로 선택한 사유리에게 응원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미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비혼 여성도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이 가능하지만, 국내서는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에게만 인공수정이 허가되기 때문이다.
이현경 사회문화부 기자 |
하지만 사유리의 '슈돌' 출연 확정 소식에는 의견이 갈렸다. 일각에서는 '비혼 출산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왔고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법적으로 '비혼 출산'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며, 현실적으로 한부모 가정의 육아가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유리의 '슈돌' 출연은 '싱글맘'의 육아기를 담을 수 있는 출구로 확보됐다. 아빠 육아에 치중됐던 것에서 다양한 가족의 육아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현시대를 반영하는 '슈퍼맨'의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어떤 이는 아빠가 없는 게 '결핍은 결핍이지 않는가'라고 하는데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남편과 아빠의 유무로 결정되선 안된다"며 "2021년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수도 30%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사회적 안정망이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비혼모 사유리의 육아는 한부모 가정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사회의 '편견'만 사라진다면 부모와 자녀가 있는 가정과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몫이며, 예전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이로 인한 경력단절의 사례도 여전하다. 아빠와 공동육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맞벌이 부부 중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선택하는 것은 엄마쪽이다. 그런데도 '싱글맘'이라고 하면 바로 색안경을 끼고 보기 바쁘다.
가족에 대한 의미와 형태는 10년 사이 부쩍 달라졌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형적 가족으로 인식되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 비중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2010년 37%였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정'은 2019년 29.8%로 감소 추세다.
또한 '2020년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69.7%에 달한다. 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해 80.9%,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도 48.3%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가족 구성에 대한 개념이 전통적인 혼인·혈연 중심에서 확장되고 있다.
국회에도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법류안'이 계류돼 있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용어인 '가족'으로 변경하고 혼인과 혈연이 아닌 경우를 '비정상가족'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유리를 선택한 '슈돌'은 이제 현실을 반영해 대중과 공감할 일만 남았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주제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다. 논란 없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갈 몫은 이제 '슈돌' 제작진에게 넘어갔다. '슈돌'이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예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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