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쿼드 국가들과 한국 기여 가능분야 협력 모색"
아사히 "한국 정부, 쿼드 전문가그룹 회의 참여 검토"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의 전문가그룹(워킹그룹) 회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선에서 쿼드 참여국들과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에서 분야별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사히는 이날 익명의 한·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쿼드가 만드는 실무협의회인 '작업부회'(전문가그룹 회의)와의 협력을 한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일본, 인도, 호주 정상과의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3.13 kckim100@newspim.com |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코로나 백신과 기후변화, 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쿼드 참여국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에서 참여국들과 함께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식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쿼드 가입문제가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계속 조율중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이 쿼드 참여국과 협력 가능한 분야는 ▲기후변화 ▲해양안보 ▲코로나 백신 등 방역 ▲첨단기술 등이다.
이는 지난 3월 12일 처음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쿼드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과 일치한다. 이 정상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석했다.
4개국 정상은 미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쿼드 정상의 공동 성명: 쿼드의 정신"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게시했다. 공동성명은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공통 비전을 통해 결속한다"면서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건강하며 민주적인 가치에 닻을 내리고 억압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 지역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으나 중국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견제를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제5항에서 "우리는 의학·과학·재정·생산·배포·개발능력을 통합하는 한편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배포에 대한 혁신적 약속의 시행을 위해 백신 전문가 워킹그룹을 신설할 것이다. 우리는 국제표준 및 미래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협력 촉진을 위해 핵심적 신기술 워킹그룹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또 기후워킹그룹도 마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과 쿼드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우리의 기여와 선도적인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쿼드 국가들과 사안별로 협력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인도나 호주는 탄소중립을 선언하지 않은 만큼 한국이 (쿼드 내)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할 수 있고, 높은 백신 위탁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방역 분야의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뿐 아니라 호주의 인도·태평양전략과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로 합의했고, 일본 등 여타 지역 구상과도 연계 협력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도 그런 협력을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즉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쿼드에 공식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연계시켜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반도체 등 필요한 분야에선 협력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쿼드 부분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포용성 개방성 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 글로벌 평화 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이 가능하다"며 "이런 기본 입장에 따라 분야별로 어떤 협력이 가능한지 앞으로 계속 살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아사히에 따르면 쿼드는 코로나19 백신과 기후 위기, 공급망을 포함한 신기술 3가지 분야에서 협력할 워킹그룹을 발족하는데, 이 중 한국은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과 기후 위기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일부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쿼드 참여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왔다며, 한국이 전문가 그룹과의 협력 방식으로 쿼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오는 21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한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반도체 등 한국의 대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 1일(현지시각) "우리는 한국과 쿼드에 대해 매우 긴밀히 논의해왔다"며 "반도체 공급 등 기술 분야 협력, 동남아시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참여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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