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로 한국 남아…취업비자(E-9)→기타(G-1) 변경
건보 유지 원했으나 거부 당해…의료 사각지대 발생 우려
인권위, 복지부·건보공단에 제도 개선 권고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직장가입자 신분으로 5년 동안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이주노동자가 취업비자(E-9) 기간 만료 후 건강보험 유지를 위해 지역가입자 전환을 문의했지만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거부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외국인 A씨는 2015년 6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 2020년 4월 1일까지 일했다. A씨는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5년 동안 건강보험료를 매달 납부했다.
2020년 6월 취업비자가 만료됐지만 A씨는 한국에 남았다. 체불 임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서 기타(G-1) 체류자격을 허가받은 A씨는 임금을 다 받을 때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었다. A씨는 건강보험 자격이 유지되는지 건보공단에 물었으나 취업비자 만료로 자격을 상실했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변경해 가입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건보공단은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건보공단은 단기체류를 인정받은 사람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할 경우 체류자격 신청 남용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2020.05.06 gyun507@newspim.com |
이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체류자격 변경을 이유로 건강보험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국내 장기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다.
인권위는 A씨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 침해 및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외국인 체류 자격이 바뀐 경우라도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취업 관련 체류 자격으로 허가를 받은 기간 외국인이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를 수행했는데도 체류자격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