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 구인광고 보고 채용…사기방조 혐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해 재판에 넘겨진 40대가 채권회수업무로 알고 채용된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0)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들로부터 대출 예치금 명목의 현금을 건네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에게 다시 전달하거나 지시받은 계좌에 입금하는 등 1억9600만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아르바이트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 통화만으로 채용됐고 채권추심업무로 알고 있었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인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자신의 업무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될 수 있다는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하는 등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의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만한 학력 및 사회경험이 있고 단기 고액 수당이 이례적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었음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거나 예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무사 사무소 실장이라고 소개한 B씨로부터 '채권 회수하는 일을 하고 하루 일당 10만원과 회수 금액의 1%를 추가 수당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며 "피고인이 채권회수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이 한 일이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며 "피고인과 B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살펴보면 B씨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수금액, 이동할 장소, 수금 이후 돈을 전달할 장소나 입금할 계좌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지시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도 "원심 판단에 사기방조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