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 '치료 목적'일 경우 보상 명시
보험사, 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 부합 요구
금감원, 의사 처방 목적 등 종합적 판단해야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모 실손보험 가입자 A씨는 중이염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비급여주사제(수액)과 함께 약을 처방했다. 이후 A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해당 수액을 치료 목적의 처방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수액을 처방해도 일부 보험사가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실손보험은 치료 목적의 의료비가 발생했다면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치료 목적일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약관의 '작성자불이익원칙'에 어긋난다면서도, 수액 처방을 모두 치료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들은 치료 목적으로 수액을 처방 받고 이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보험금을 지급 받으려면 치료 목적으로 수액을 처방했다는 의사의 소견서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고 안내한다.
현재까지 판매된 실손보험 약관에는 '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에 부합해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 치료 목적일 경우 의료비를 보상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즉 일부 보험사는 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삼성화재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약관, 보장제외(면책) 조항 2021.06.03 0I087094891@newspim.com |
대법원은 지난 2007년 판결(2005다5867)에서 '의사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즉 의사가 수액을 처방했다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치료 목적의 처방이라는 것이다.
보험은 부합계약(계약의 형식은 취하나 보험사가 결정하고 가입자는 따르는 계약)으로 약관 그 자체가 상품이다. 약관에 치료 목적의 의료비를 보장한다고 했고, 의사도 치료 목적으로 진단서·소견서를 작성한다면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수액과 관련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 개정·출시 예정인 4세대 실손보험 약관에는 '비급여주사제의 경우 약제별 허가사항 또는 신고 된 사항 등에 따라 투여된 경우에만 보장'한다는 내용을 삽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현재까지 가입한 실손보험은 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에 부합되지 않을지라도,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처방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반영되지도 않은 약관을 과거 상품에 일몰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치료목적으로 수액을 처방했다는 의사의 소견서와 함께 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에 맞으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경증 질병에도 고가의 수액을 처방하는 사례가 많아 일부 비급여 수액의 경우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의사가 어떤 치료제를 처방했는지는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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