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잔액 17조1426억, 한 달새 6010억원 증발
2019년부터 감소세, "은행에서 사모펀드 퇴출 흐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모펀드 판매시장에서 은행권의 비중이 3%대로 추락했다. 2019년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바닥까지 떨어졌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전체 사모펀드 판매기관(증권·은행·보험·기타) 가운데 은행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전달보다 6010억원 줄어든 17조1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판매 잔액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전체 사모펀드 판매 잔액 중 은행이 판매한 잔액 비중도 전달(4.05%)보다 0.2%p 하락한 3.85%을 기록했다.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비중이 3%대로 떨어진 것은 최근 3년 내 처음이다.
4월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들의 사모펀드 설정 규모 역시 전달(12조1087억원)보다 5973억원 줄어든 11조5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사모펀드 판매 및 설정 규모 감소세는 2019년부터 잇따른 파생결합상품(DFL)·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판매 규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 감소는 라임 의혹이 불거진 2019년 7월말 29조51억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최근 3년내 최대 규모였으나 현재는 6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은행권 판매 비중도 최근 3년 이내 최고치인 2019년 1월 8.04%(26조5453억원)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당시보다 4.19%p 가량 떨어졌다.
은행권 사모펀드 시장은 2020년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며 더욱 쪼그라들었다. 2020년 말에는 판매잔액이 20조원 아래로 내려서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 등으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규모 축소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기관 등에 대한 책임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특히 은행이 주로 역할을 하는 판매사에 대해 불합리한 펀드운용에 대한 감시·견제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수탁기관의 감시 의무도 명문화했다.
금융당국은 이후에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을 통해 고위험 상품의 판매를 규제하는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이슈가 계속 부각되고 있고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는 특히 높은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며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이에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에 대한 사모펀드 판매규제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창구로서의 기능은 보다 퇴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