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기존 커버리지 종목들 다루기도 급급한데 신사업 분야 공부는 꿈도 못 꿉니다. 요즘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다뤄보고 싶은데 도저히 공부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손도 대지 못하고 있어요"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렸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역량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매수 일색의 보고서만 내놓는다는 점과 목표 주가를 번번이 틀린다는 점은 과거부터 지목된 문제지만, 최근에는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는 산업군에 대해 제대로 커버리지를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금융증권부 기자 |
요즘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핫한 '메타버스'를 다루는 리서치센터의 모습만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증권사들이 이달 내놓은 메타버스 관련 보고서는 총 4개에 불과하다. 지난달로 넓혀도 총 11개다. 이마저도 대부분 미국과 중국에 상장된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자이언트스텝, 위지윅스튜디오 2개 정도의 보고서만 눈에 띈다.
지난해 7월 제페토 상에 공개된 블핑하우스 방문자가 990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리서치센터가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투자자들은 메타버스 분석 보고서에 목이 마르다는데 리서치센터에서는 이를 충족할 만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 역시 눈을 가리고 코끼리 다리만 더듬는 수준의 내용이 대다수다. 일부는 언론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껴 쓴 수준의 보고서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주변 지인 중에서는 증권 담당인 기자에게 "아직도 증권사 보고서 보는 사람이 있긴 있어?"라고 묻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향은 일명 MZ세대(밀레니엄+Z세대)서 두드러진다. 동학개미운동으로 2030세대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증권사 보고서가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지 못하는 보고서는 MZ세대에게 종목 발굴의 지침서가 되기에는 '힙'하지 못하다.
이 때문에 증권사 보고서 대신 유튜브를 통해 메타버스 관련주를 찾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관련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해주는 덕분에 오히려 현 트렌드에 맞는 투자 종목을 찾아준다는 이유에서다.
답답하기는 리서치센터 연구원들도 마찬가지다. 기존 커버리지 종목을 소화하기도 급급해 신사업 분야를 꼼꼼히 공부하고 종목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내에서도 격무 부서로 유명하다.
하지만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민하게 트렌드를 잡아내고, 연구하고, 유망 종목을 가려내 추천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해야만 한다. 익숙한 종목에, 뻔한 내용의 보고서로는 더 이상 투자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없다.
리서치센터 보고서를 금이야 옥이야 떠받들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메타버스에 대해 제대로 파고드는 '힙'한 보고서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앞으로의 생존도 담보할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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