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 따라 실손보험 보상 나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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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A씨는 만 8세 딸의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져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며 성선검사(GnRH)를 진행, 조발사춘기(질병코드 E30.1)로 진단하고 호르몬 억제주사 치료를 권했다. 이후 A씨는 DB손보를 통해 가입했던 실손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성조숙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의료보험에 적용되면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치료도 보장되지만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에서 보장도 제외된다. 의료보험 적용 여부로 민간보험인 실손보험 보상 대상을 구분하는 이유는 성조숙증 치료를 명목으로 자녀의 신장을 키우기 위한 의료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 성조숙증, 의료보험 적용 여부가 관건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2016년 8만6352명이던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0년 13만6334명으로 4년 사이 57.8%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소아비만이 증가하자 이로 인해 성조숙증에 노출되는 소아도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아비만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성조숙증 치료로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보험에 적용받기 위해서는 여아는 만 9세,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후 치료는 성조숙증으로 진단받더라도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2009년 10월~2015년 12월에 가입한 민간보험사의 표준화실손보험은 성조숙증으로 인한 치료를 보장한다. 해당 약관은 '성장촉진과 관련된 비용 등에 소요된 비용이며 회사가 보상하는 질병 치료 목적인 경우 보상한다'고 명시했다.
즉 성조숙증을 보상한다는 의미다. 다만 약관에 불명확한 문구가 있다. '회사가 보상하는 질병 치료 목적'이다. 이 질병 치료 목적이 단지 의사의 소견인가 아니면 보건당국의 의견인지가 애매했다. 이에 과거 성조숙증 치료비 관련 분쟁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1월 실손보험 약관을 개정하며 문구를 정확히 했다. '진성 성조숙증 치료'를 보상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진성'이란 성선검사 수치 5 이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해당 약관을 기존계약(2009년 10월 이후 가입계약)에 모두 소급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즉 성조숙증으로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대상자만 실손보험에서도 보상하겠다는 의미다.
참고로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한 민간보험의 구실손보험의 경우 성조숙증으로 인한 치료는 보장한다. 이에 의료보험 적용 나이(여아 만 9세, 남아 만 10세) 이후라도 성조숙증 진단 관련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실손보험에서 치료비를 보상한다.
◆ 자녀 키 성장 위한 성조숙증 보험금 청구 '차단'
최근 자녀의 키를 더 자라게 하려는 목적으로 성조숙증 검사를 하는 부모가 많아졌다. 성조숙증 검사 후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며, 치료비는 실손보험 보험금으로 보상받는 방법이다. 보험사들도 과거 약관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금이 청구됐을 때마다 혼란이 있었다. 이에 일부는 지급하고 일부는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1월 약관이 명확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 특히 성조숙증 관련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매월 수십만원이 청구된다. 이에 보험금 지급에 명확성이 없으면 전체 손해율이 상승하게 되며, 이는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간호사 출신인 정경희 부산신진 손해사정사는 "2015년 가입한 실손보험은 약관 문구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 현재도 성조숙증 관련 보험금에 지급여부를 두고 분쟁이 있다"며 "2016년 1월 약관이 개정되면서 '표준화실손보험 모두 소급적용한다'는 내용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조숙증으로 실손보험 보상을 받으려면 의료보험에 적용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0I0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