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저장 늘리고 안전성 확보
차체 크기 줄여, 도심 진입 용이
수소 경제 마중물 역할 기대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정부가 국가핵심산업기술로 지정하고 특별 관리하는 공장이 있다. 영화에 나오는 으리으리한 대공장이 떠올랐다.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을 떠났다.
전라북도 완주 봉동산업단지에 도착했다. 공단 구석구석을 지났다.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하이솔루스 공장 입구에 도착했다.
지난 8일 안홍상 일진복합소재 대표가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소개하고 있다. [제공=일진하이솔루스] |
공장으로 들어서자 기대가 한 풀 꺾였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공장이었다.
안내 직원이 간이 천막이가 설치된 행사장을 가리켰다. 체온 검사를 받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쪽에 트레일러 한 대가 있었다. '국내 최초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자리에 놓여 있던 안내문을 살펴봤다. 튜브트레일러로 수소를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안홍상 일진복합소재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설명했다.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이해하기 위해선 수소경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흐름이었다. 여러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수소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발걸음을 맞췄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미래 산업을 육성하자는 내용이었다. 한국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나선 배경에는 수소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산업 전반에 수소를 사용하려면 저장과 운반이 동반돼야 한다.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그 중심에 있다. 타입4라는 저장 용기에 수소를 주입해 튜브트레일러로 운반하는 방식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국가 지정 산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안 대표 연설 이후 타입4 제조공장에 들어갔다. 공장 입구 위쪽으로 '청정 수소에너지 시대를 선도하자'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캡슐 모형의 타입4가 기계에 조립돼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비금속재질 위에 탄소섬유 복합재가 감기는 식이었다.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 [제공=일진하이솔루스] |
이전 버전의 저장 용기는 금속재질 위에 탄소섬유 복합재로 구성됐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용기가 폭발할 경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서다. 타입4는 비금속재질로 폭발 시 그대로 찢어져 피해가 덜하다.
수소취성(금속이 수소를 흡수해 부서지는 현상)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금속재질로 만들어진 기존 저장 용기는 수소취성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반면 타입4는 수소취성에서 자유롭다.
외형을 갖춘 타입4는 테스트를 받게 된다. 용기 변형과 내용물 유출 여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후 '경화로'에 들어간다. 경화로는 언뜻 보기에 드럼세탁기와 비슷한 모양이다. 동그란 입구에 저장 용기를 집어넣으면 됐다.
경화로에서는 고압부터 저압까지 내압 테스트가 진행된다. 모니터를 통해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차를 요격하는 철갑탄을 타입4에 발사해 내구도를 확인한다. 수소를 꽉 채워 물속에 던져 놓고 외형 변화를 살피기도 한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저장 압력을 개선했다. 기존 금속제 기반 저장 용기는 저장 압력이 200바(bar)에 불과했다. 수소전기차에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700바까지 압축해야 한다. 수소충전소에 도착하더라도 200바에서 450바, 450바에서 700바로 압축을 해야 했다.
타입4는 애초에 저장 압력이 450바다. 700바까지 한 번만 압축하면 수소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다.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
타입4 크기는 제각각이다. 11L부터 52L, 103L, 175L, 424L 등 모두 5종류다. 사용처에 따라 다른 크기의 저장 용기를 쓰게 된다.
타입4를 완성하고 내부를 수소로 가득 채웠다면 안전하게 옮기는 과정이 남았다. 공장을 나와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살펴봤다.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기존 튜브트레일러에 비해 가볍고 짧았다. 기존 튜브트레일러는 중량 40톤에 전장이 16m였다. 한강 교량 통과 기준이 30톤이라 시내 진입이 어려웠다. 차체도 길어 회전반경이 커 도시 진입에 불편함이 있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튜브트레일러 중량을 26톤으로 줄였다. 전장도 10m로 대폭 축소했다. 기존 튜브트레일러에는 수소 저장 용기가 가로로 실렸지만, 일진하이솔루스는 세로로 저장해 크기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 저장과 운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안전한 저장 용기에 더 많은 수소를 주입하고, 더 간단한 방법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게 돼서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에 대한 국내외 인증을 모두 획득해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연료탱크 생산은 일진하이솔루스와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에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진하이솔루스가 세계 유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일본의 기술력을 추월한 지 오래다.
freshwa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