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장기 건전성 악화 '지적'
내달 모범규준 마련...내년 1월 시행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암·치매·심장마비 등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한 건강보험 보험료가 부담됐던 A씨는 담당 설계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설계사는 기존 상품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보장은 좋은 상품이 있으니 갈아타라고 설득했다. 이에 A씨는 설계사가 권하는 상품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 해지하려고 보니 환급금이 전혀 없는 '무해지환급형보험' 상품이었다.
중도 해지 환급금이 없지만, 보험료가 크게 저렴한 무(저)해지환급형보험상품(무해지보험) 보험료가 내년부터 대폭 인상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이들 상품이 보장성보험임에도 저축성으로 오인 판매 되는 한편,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금융감독원의 지시로 일선 보험사들과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무해지보험 관련 모범규준을 마련 중이다. 현재 모범규준과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르면 내달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제정된 모범규준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무(저)해지보험이란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돌려받는 환급금이 표준형보험 상품 대비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대신 보험료가 최대 30% 이상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상품인 표준형보험은 ▲예정위험률 ▲예정사업비 ▲예정이율 등을 감안한 3이원 방식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반면 무(저)해지보험은 3이원에 ▲예정해지율을 더 적용한다. 납입기간 중도에 해지하는 가입자에게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신 그 돈(환급금)을 장기유지자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무(저)해지보험은 상품 특성상 예정해지율을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실제해지율보다 예정해지율을 낮게 설정할 경우 환급금이 더 많은 표준형상품보다 납입하는 보험료가 더 많이 산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예정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면 보험료를 과도하게 낮춰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을 해칠 것을 우려한다.
이에 TF에서 마련 중인 모범규준에서는 예정해지율을 적정하게 산출하는 게 핵심이다. 즉 과도하게 환급금이나 보험료를 낮추지 않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무해지보험으로 보험료 할인 경쟁에 나서다보니 건전성에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며 "예정해지율 민감도를 면밀히 분석해 신상품에 반영,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모범규준은 법규가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무해지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에 일선 보험사는 모범규준에 따라 무(저)해지보험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상품개발 임원은 "지금까지 무해지보험은 예정해지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신상품을 개발, 보험료를 과도하게 낮췄던 상품이 대부분이었다"며 "모범규준안이 마련되어 예정해지율을 실제해지율과 비슷하게 산출하면 지금보다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상품개발자도 높은 예정해지율을 적용하면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다"면서 "모범규준이 마련되면 보험사의 장기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상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해지환급금이 표준형 대비 10%에 불과한 무해지보험은 내달 14일 이후에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달 일선 보험사에 공문을 발송, 무해지보험이 표준형 대비 50% 이상을 지급하는 상품만 판매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판매 중지를 명령한 상품은 보장성보험임에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 판매되는 등 불완전판매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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