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 다뤄본 게임업계…'우위'
메타버스 사업, 현재로선 초기 단계
관심 기울이면서도 주의해야한다는 입장도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국내 게임사들이 메타버스에 탑승할 태세다. IT업계의 신성장 산업 중 가장 핫한 메타버스 분야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게임업계는 메타버스 형태의 사업을 구현한 경험이 있어 나름의 노하우도 갖고 있다.
메타버스는 메타(Meta, 가공)와 유니버스(Universe, 현실세계)의 합성어다. 가공된 현실, 즉 가상세계다. 메타버스와 게임은 한 가상공간에 이용자들이 아바타, 캐릭터로 참여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게임업계는 서비스 준비 단계에 신중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꼼꼼하게 준비해야 실패 요소를 줄일 수 있어서다.
[사진 =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로고] |
◆ 국내 주요 게임사 메타버스에 속속 '관심'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게임 기업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메타버스와 관련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가상세계를 다뤄본 만큼 메타버스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고,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다.
넥슨은 '페이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페이스플레이는 인공지능(AI)으로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가상세계 속에서 실사를 토대로 한 아바타가 구현되는 만큼 메타버스와 공통점을 보인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TO)'에서도 이용자들의 얼굴을 인식해 만든 아바타가 '월드'라는 가상공간에서 여러 유저들과 소통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했다.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페이지에서 이들의 신곡, 예능, 화보집, 팬미팅 등을 접할 수 있는 형식이다. 유니버스에서도 메타버스와 관련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팬들은 모션캡쳐로 만든 아티스트들의 아바타를 직접 꾸미거나, 자신들만의 가상공간 무대에서 이들을 출연시켜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콘서트와 팬사인회 등이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개최되기도 한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F&C는 지난 5월 메타버스 관련 기획자를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또한 '메타 아이돌(meta idol)' '메타월드(meta world)'라는 상표를 특허 신청했다. 앞서 넷마블 권영식 각자대표는 지난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메타버스가 트렌드다. 메타버스 게임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3N 외에도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지난 5월 메타버스 전문회사 '원유니버스를' 설립했고, 넵튠은 같은 달 가상현실(VR)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맘모식스'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사진 =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 |
◆ 열풍 속 차분한 입장도…"메타버스, 과거에도 있었다"
게임업계는 메타버스에 주목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동시에 보이고있다. 현재로서는 수익 모델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데다가 자칫 '반짝 흥행'에 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메타버스가 유행이니까 뭘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게임 환경 자체가 메타버스와 다르지 않아서 이를 가장 잘 구현해 낼수 있겠다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대세라고 하지만 국내에는 네이버의 제페토 정도다"며 "게임 쪽에서는 미국 게임사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대장주로 있지만 국내 게임에서 두드러진 건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이어 "메타버스 시초는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세컨드 라이프'라는 게임이다. 가상세계 안에서 땅을 사고 파는 등 한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푹 주저 앉았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미래 시장의 하나로 떠오른 만큼 플랫폼을 누가 선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업들의 초기 관심이 시작되고 있는 것뿐"이라며 "수익 모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 있었던 VR(가상현실) 열풍도 한 때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고 덧붙였다.
freshwa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