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인한 호황은 잠시, 첨단 기술력 확보를 위한 선제 투자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인텔의 추격을 삼성은 따돌릴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인텔을 제쳤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액 22조7400억원(197억 달러)은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196억 달러)을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유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이 주효했다. 서버와 PC용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출하량이 늘었다. D램과 낸드 모두 가격이 예상보다 오르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로 원가도 줄었다.
1분기에 부진했던 반도체가 살아나며 삼성전자 전 사업부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매출액(63조6716억원)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12조5667억원)은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 이후 11분기 만에 최대치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삼성전자의 질주는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으로 미국과 동맹국인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날개를 달면서다.
특히 세계 최고 종합 반도체 회사라는 명성에 금이 간 인텔은 공격적인 투자로 칼을 갈고 있다.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 붐이 일었던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삼성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내 준적이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삼성과 TSMC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심산이다.
인텔은 최근 2025년까지 2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급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며 로드맵을 발표했다. 2nm급 반도체는 삼성과 TSMC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 현재 삼성과 TSMC는 세계에서 유이하게 5nm급 반도체를 양산 중이고, 3nm급은 내년께 생산이 점쳐지고 있다.
인텔은 부족한 기술력을 공격적인 투자와 M&A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최근 세계 4위권의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억 달러, 우리돈으로 34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여기에 세계 최대 통신칩 설계전문 업체인 퀄컴을 신규 고객으로 소개하며 든든한 우군까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미국 정부와 퀄컴을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국 기업들이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자금 동원 능력에서 승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는 누구보다 더 빠르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곳이 패권을 쥘 수 있는 시장이다.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순간에 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반도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메모리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도 과감한 투자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좀처럼 톱니바퀴가 돌아가지 않는다. 삼성은 지난 5월 국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에도 170억 달러(19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주 정부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M&A도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우리나라 7월 수출액이 55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월 수출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110억 달러가 반도체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반도체 패권을 지키는 것은 비단 한 기업을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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