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IT 노동자 47%, 괴롭힘 경험하거나 목격했다
신고센터·치료 기관 운영해야, 근로기준법 개정도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이후 IT 업계 내 조직문화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IT공대위)'가 10일 출범했다.
IT공대위는 ▲IT 갑질 신고센터 운영 ▲정신건강 실태조사 ▲상담치료기관 설립 ▲근로감독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IT공대위는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이하 화섬노조) IT위원회의 제안으로 발족했다. 화섬노조 IT위원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지회 등이 속해있다.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28일 오전 10시 네이버 본사 2층 커넥트 홀 앞에서 '네이버 동료 사망 사건에 관한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조사 최종보고서 및 재발방지를 위한 요구사항'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날 IT공대위는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제왕적 의사결정에서 비롯된 구조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와 노조의 자체 조사와 정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사건의 원인은 모두 직장 상사에 의한 괴롭힘이었다.
IT공대위는 "그간 공론화되지 못했던 IT업계의 비민주적 조직문화 실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라며 "네이버에 이어 스마일게이트에서도 같은 유형의 사례가 발생하면서 개별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IT업계 전반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전, 포스코ICT 등 화섬노조 7개 지회로 구성된 수도권 IT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교 IT 노동자 4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올해 취업포털 '사람인'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직장인 1277명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와 유사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봤다는 비율은 각각 51%와 36%였다.
IT공대위는 피해자를 찾기 위한 'IT 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담팀은 변호사, 노무사 등 노동 전문가로 구성된다. 노동자들이 익명으로 제보하면 신원보장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형식이다. 무료 상담을 시작으로 사건 종결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도 주문했다. IT공대위는 노동환경, 건강 상태, 과로사 관련 요인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촉구했다.
IT공대위는 "노동부는 지난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조속한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와 노사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도, 조사, 근로감독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정신건강 예방 및 상담치료 기관 설립'도 포함됐다. IT공대위는 경기도청 노동정책과에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연구와 교육, 상담, 치료 등을 요청했다.
IT공대위는 "올해 11월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의2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따르면 관할 지역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자체의 대책수립과 시행이 의무화 된다"며 "성남시는 판교 IT 노동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을 주장했다. IT공대위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온전하게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돼 직장 내 괴롭힘을 받는 노동자 10명 중 3명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T공대위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범위를 업무범위 이외로만 한정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조사단계에서부터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발족식을 시작으로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족한 IT공대위에는 화섬노조 IT위원회 외에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유니온센터, 일과건강, 직장갑질119,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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