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M 6개 투자사 SK㈜ 손자회사서 자회사로
계열사 148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첨단소재 분야 실트론·SKC·스퀘어 합병설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SK머티리얼즈가 거느리고 있는 6개 투자회사는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가 된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 투자 주체를 SK㈜로 통일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14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의 최대 과제다. 앞으로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23일 SK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 결정은 파이낸셜 스토리 사업 전략의 일환이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의 미래 비전을 담은 새 경영 전략이다.
SK㈜는 지난 3월 파이낸셜 스토리로 사업구조를 단순명료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바꿔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 2021.08.11 mironj19@newspim.com |
◆SKM 6개 투자사 급성장..전문 관리 필요성 대두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016년 OCI그룹에서 인수된 회사다. SK그룹에 인수 후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분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산하에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트리켐 ▲SK쇼와덴코 ▲SK머티리얼즈리뉴텍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6개 투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K㈜-SK머티리얼즈-자회사 구조로, SK머티리얼즈가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아왔다. 그렇다 보니 투자 주체가 모호하고 사업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합병은 SK머티리얼즈가 특수가스 등 사업부문 일체를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들고, 지주사업부문은 SK㈜와 합병하는 형식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금은 SK㈜의 손자회사인 6개 투자회사는 자회사로 변경된다.
SK(주)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구조 [제공=SK] |
SK머티리얼즈 연결실적에서 6개 투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40%, 자산 50%다. 인수 당시보다 덩치가 커져 전문 관리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또 제한적인 투자 재원과 전문투자 역량 등을 고려하면 향후 SK머티리얼즈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거나 과감한 매각, 사업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웠다.
SK머티리얼즈의 투자를 위해선 지금도 SK㈜가 유상증자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SK㈜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을 위해 이번 합병을 결정했다.
그간 대기업 지주회사들은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자금 여력이 있는 자회사가 출자해 손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왜곡하고 부당 내부거래 등 부작용이 따랐다.
올해 기준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148개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에 따른 복잡한 지배구조 또한 SK의 약점으로 꼽혀 왔다. 이번 SK㈜와 SK머티리얼즈의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장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 회장의 의지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4대분야 지배구조 개편 속도..후속 합병 계속될 듯
자회사가 되는 6개 투자회사는 투자전문 지주사인 SK㈜의 관리를 받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수입, 브랜드수수료 이외에도 투자전문기업으로서 자체 투자 수익 창출 등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올 상반기에만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하는 등 미래 성장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투자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측은 "합병 이후 첨단소재 투자 창구를 SK㈜로 일원화해 중복 투자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이 이해하기 쉬운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SK실트론, 예스파워테크닉스, 솔리드에너지 등 SK㈜가 투자한 첨단소재 분야 기업들과의 시너지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SK그룹이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만큼 각 분야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두 회사의 합병도 첨단소재 분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첨단소재 분야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향후 SK실트론, SKC 역시 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는 지난 4월 출범한 ICT(정보통신기술)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와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향후 SK스퀘어와의 합병을 대비해 SK㈜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 측은 "이번 합병으로 SK㈜의 전문 투자역량과 SK머티리얼즈의 사업경쟁력이라는 장점을 결합해 사업 본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시장이 이해하기 쉬운 심플한 지배구조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다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