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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 기조" 발언 직후에 금감원 갑작스런 5백억 과징금

기사입력 : 2021년09월06일 14:18

최종수정 : 2021년09월06일 16:19

'시장과 호흡하겠다' 얼마안돼 과징금 통보
한국거래소 조사에서는 혐의 없는 내용
증권사 "특별한 의도 없이 이해 어려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금융감독원이 국내외 증권사 9곳에 500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하면서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의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새롭게 취임한 정 금감원장이 증권사와의 갈등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국내외 증권사 9곳에 약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시장조성자인 이들 증권사가 과도한 주문 정정 및 취소 등을 통해 일부 종목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보고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고승범 금융위원장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1.09.02 yooksa@newspim.com

과징금 부과 통보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6개 국내 증권사와 3개 해외 증권사로 알려졌다. 이들 증권사는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8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각각 사전 통보 받은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금감원의 이번 조치를 두고 배경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특성상 호가 정정·취소가 빈번하게 일어나 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하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들은 통상적으로 해오던 것을 돌연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보고 5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혐의가 명백하게 입증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이나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의 이번 조치에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는 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해 자체 감사를 통해 같은 해 4월~10월 동안 시장조성 거래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정황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 금감원장이 취임 초부터 증권사들의 군기를 잡으려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금감원장이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첫 회동에서 시장과 호흡하겠다고 해놓고는, 돌연 증권사에 480억원의 과징금 사전 통보라는 초강수를 내놨다는 것이다.

그간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투자업계와 번번이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중 금감원이 라임 판매사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중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더욱이 최근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는 부당하다는 법원 1심 판결까지 나오면서 금감원이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금감원이 증권사 9곳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는 방식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시장조성자에 대해 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갑작스런 이번 조치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증권가에서는 정 금감원장이 금감원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증권사를 상대로 군기를 잡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금감원장의 취임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장질서 교란에 대해 업무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 단계를 거쳐 문제를 판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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