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73%로 연중 최고치
기존주택 가격 부담에 청약도 어렵자 경매 인기
감정가액 6개월 책정해 대부분 시세대비 저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아파트 낙찰가율이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매시장이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을 선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데다 경쟁 과열로 청약도 받기 힘들어지자 실수요자들이 틈새시장인 경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신규 택지지구 지정에 나서고 있어 아파트뿐 아니라 땅을 찾는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8월 낙찰가율 73%로 연중 최고치..."시세보다 싸게 집 사자"
9일 법원경매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73.5%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70.0%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 69.7%를 기록한 이후 50~60%를 오르내리며 소강 상태를 보였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64.8%, 61.1%를 보이다 8월 74%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매에서는 소액보다는 중고가 낙찰이 많았다. 낙찰된 25건의 감정가액은 237억원, 매각금액은 258억원으로 평균 낙찰금액은 10억원 정도다. 아파트 경매에서도 강남권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와 강동구는 모두 낙찰률이 100%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3건 중 2건이, 송파구는 2건중 1건이 낙찰됐다.
경기도와 인천 경매 아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인천은 전월 대비 5.4%p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123.9%를 기록했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직전 최고치(106.7%→108.2%→118.5%→123.9%)를 갈아치웠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는 110~111%대에 머물렀으나 이달에는 전월(111.1%) 대비 4.0%p 상승해 115.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매되는 기준금액은 통상 6개월 전 감정평가액으로 한다. 이 기간 집값이 올랐다면 시세보다 싸게 매물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가 20% 낮아진다.
경매 열기는 기존 주택시장의 과열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12.9% 상승해 2002년(16.0%)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상승률이 작년 연간 상승분을 뛰어넘은 상태다.
청약으로 집을 매수하기 힘든 것도 경매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59점이다. 4인 가구(20점)가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에 무주택기간 10년 이상(22점)을 갖춰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올해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1대 1로 2017년 평균 12대 1과 비교하면 약 9배가량 높아졌다. 이처럼 기존 주택을 매입하기는 부담스럽고 청약으로도 아파트를 매입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경매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 택지지구 잇단 지정에 '땅' 찾는 수요도 늘어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못지않게 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최근 3기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택지지구를 지정하면서 광명·시흥, 의왕, 군포, 안산, 평택 등의 땅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도 주택공급 확대가 집값 폭등을 잠재울 방법으로 판단하는 만큼 경기도, 인천에 추가적인 택지지구 지정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일반적으로 택지지구 지정 이후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거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수요가 땅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실제 땅 경매 낙찰률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소재 대지와 임야, 전·답 등 토지의 낙찰률은 46.2%를 기록했다. 경매 매물의 절반 정도가 주인을 찾은 것으로 연중 최고치 수치다. 인천지역 낙찰률도 58.3%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집을 지을 수 있는 한 필지의 토지인 대지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집값 고점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라며 "낙찰률과 경매 참가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일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아파트 시세 및 경매 낙착률이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