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기반 수익 모델, 존속 어려워
매출 대부분 차지하는 중소게임사들은 울상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엔씨소프트가 확률형 아이템과 페이 투 윈(Pay to Win) 기반의 과금 체계를 대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게임 업계 전반에 변화가 예고된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 산업 핵심 장르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의 원조격이자 MMORPG의 수익 모델을 제시한 게임사로 평가 받는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를 기점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MMORPG 수익 구조가 여러 방면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
◆리니지로 시작된 MMORPG 시대, 과금 모델도 이 때부터
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연내 출시 예정 신작 '리니지W'의 과금 모델 변경을 앞두고 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과 돈을 써야 캐릭터가 강해지는 페이 투 윈(Pay to Win) 방식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0일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기존 과금 모델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고과금 등으로 논란이 됐던 요소들에 대해서는 힘을 빼겠다고 강조했다. 변신과 마법 인형시스템 등 리니지를 상징하는 콘텐츠는 제공되면서도 월정액제로 평가 받는 '아인하사드의 축복' 등 유료 콘텐츠는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지적재산권(IP)으로 한국 게임 산업에 MMORPG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 등을 바탕으로 한 수익 모델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국내 대표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 게임사들에게는 수익이 보장된 엔씨소프트의 수익 모델이 곧 정답이었다"며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즉각적으로 회사 매출에 반영되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 주사위 이미지] |
◆확률형 아이템 모델 대부분…중소 게임사들은 깊은 한숨
다만 최근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인식이 곧 '도박'으로 자리를 잡은 데다 이를 답습한 엔씨소프트가 큰 타격을 받은 뒤 대전환을 예고한 상황이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규제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MMORPG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과금 유도에 대한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과금이 오히려 MMORPG의 리스크로 자리를 잡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MMORPG 수익 대부분은 뽑기를 통한 확률형 아이템"이라며 "'엔씨 사태' 이후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져 의존도를 더 이상 높이기에는 부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선 MMORPG 업계에서는 당분간 해외 시장 공략에 주안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당장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가 이를 기반으로 한 MMORPG 전반에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내 시장의 벽이 단기간에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실망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대해진 과금 모델의 살을 차근차근 빼나가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게임사들의 경우에는 고민이 더 짙어진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수익구조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비중을 낮추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다. 특히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게임산업진흥법 등 게임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 공개는 중소 게임사들에게 부담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 정보 공개는 곧 매출 정보 공개와 같다"며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상하기에 인력 등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freshwa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