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북한 미화·탈북자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유예
헌재 "발언 전후 맥락 살펴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종북 콘서트' 논란이 일었던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 재미교포 신은미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신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등) 및 명예훼손 혐의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 인용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1.06.24 mironj19@newspim.com |
미국 시민권자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했던 신 씨는 2014년 11~12월 세 차례에 걸쳐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주최한 전국순회 통일 토크콘서트에 대담자로 참석했다. 그는 해당 콘서트에서 북한의 정권세습과 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의 '북한여행기'를 말하고 일부 탈북자들의 발언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듬해 1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신 씨는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소유예는 검찰이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헌재는 신 씨와 함께 콘서트에 참석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선 전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사실과 당시 신 씨의 발언 맥락 등을 종합하면 신 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씨는 콘서트에서 '북한 주민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해 기대감에 차있다', '북한에도 핸드폰 보급이 상당히 이뤄졌고 북한 맥주도 맛있으며 여자들끼리도 맥주를 마신다', '탈북자들 대부분이 북한에서 받아주기만 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는 해당 발언에 대해 "상당 부분은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사실이거나 신 씨가 저술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북한여행기 책자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신 씨와 황 전 대표가 주고받은 북한의 환경, 경제성장 정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관련 일화 등에 관한 대화내용은 북한의 권력 세습체제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신 씨가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것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씨가 경험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전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내 말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으며 북한체제나 그 통치자들이 내세우는 핵심사상을 직접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찬양·옹호하거나 선전·동조하는 내용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탈북자들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남한에서 느끼는 이질감, 경제적·사회적 차별감 때문에 탈북자들의 그리움이 더해진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신 씨가 탈북자들의 의사를 왜곡해 그들의 사회적 평가 내지 가치를 실추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검찰은 신 씨의 발언 내용 중 특정 부분만이 아니라 신 씨가 그 전에 기고한 북한 여행기 및 북한 여행 관련 책자 내용, 발언의 전후 맥락 및 전체적인 취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씨에게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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