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지혜진·박성준 기자 = 이른바 '경비원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2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대리주차나 택배 배달 등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는 이번 개정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폭언 등과 같은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 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 경비원들과 입주민들은 대부분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경비원들에게 과도한 업무 지시를 금지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 촉구 추모 모임이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앞에서 갑질, 폭력 가해자 심모 씨 구속 및 엄정수사 촉구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0.05.22 pangbin@newspim.com |
경기 부천시 범박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A(68)씨는 "경비원을 처음 시작할 때 입주민들이 아파트 경비를 괴롭힌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 딸들이 말렸다"며 "솔직히 나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데, 법 제정을 통해 그런 일(갑질)을 막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의 경비원 B(70)씨도 "갑질은 잘못된 거긴 한데 실질적으로 일하다 보면 업무 때문에 힘이 들지, 갑질 때문에 힘든 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경기 부천시 송내동의 아파트 관리직원 C씨도 "입주민들이 갑질을 못 하게 되는 건 잘된 일 같다"면서도 법이 시행되면서 느끼는 체감 효과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민들 대부분은 경비원 갑질방지법 시행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경비원을 향한 갑질을 제재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표했다. 서울 구로구 온수동 아파트의 한 입주민(34)은 "당장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으로라도 금지시켜야지 언제까지 경비원이 당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부 경비원들은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은 없지 않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 경비원 D(62) 씨는 "주민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비 업무랑 상관없는 우편물 관리, 불법주차단속, 음식물쓰레기 치우기, 택배 관리 등의 업무를 하루아침에 안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택배 보관, 낙엽 청소, 수목 관리 등 경비 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동안은 공동주택 경비원은 경비 업무만 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 대신 차량 대리주차나 택배 개별 세대 배달 등 과도한 업무를 시키는 경비업체나 입주자 등에겐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에서 더 나아가 폭력, 폭언 등 갑질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을 추가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시키는 게 맞겠지만, 경비원이 청소도 하고 경비도 하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경비 업무만 하도록 제한하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하던 업무를 금지하면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비원 갑질 문제와 관련해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경비원을 포함하는 등 입주민의 폭언, 폭행 등 괴롭힘을 제재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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