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면 이재명 후보 갈 곳 구치소"
"권력 결탁 아파트 사업자 돈벼락"
[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2일 경기 성남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
원희룡 국민의힘 경선 예비후보는 이곳의 옹벽을 '재명산성'이라고 불렀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4단계 상향 용도변경' 특혜를 준 의혹을 받는 곳. 여기에는 산을 깎아 지은 아파트 뒤로 최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이 위치해 있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김은혜 의원이 2일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원희룡 캠프] |
대장동 의혹 특검 수용 촉구 도보 시위에서 만난 원 예비후보는 이날 기자에게 "중국 만리장성을 가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갑자기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처음 보는 사람은 충격일 것"이라며 "계단으로 올라가 옹벽 위에 그다음 급 비탈길로 내려오는 건데 그 둘레를 우리가 쭉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예비후보는 재명산성이란 키워드를 미리 지어낸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도보 시위의 배경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이재명 후보의 뻔뻔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새벽 5시 30분 집을 나섰단 원 예비후보는 오전 7시 대장동 수의 계약 필지에 모습을 나타냈다. 일단 그는 몸의 앞 뒤에 '특검하라'라는 문구를 부착했다. 이후 피곤한 기색 없이 대장동 수의 계약 필지를 시작해 백현동 판교더샾퍼스트파크, 성남도시개발공사 입구, 성남시청 정문에 이르는 코스에서 도보 시위를 이어 갔다.
그의 뒤로는 '화천대유 황당배당 대장동 환원하라', '성남동 게이트 특검 거부하는자가 범인입니다'가 쓰여진 판넬을 든 이들이 함께 했다.
몇 구간을 함께 걸으며 힘들어하는 기자를 향해서는 "체력과 건강을 준 어머니께 감사하다. 마라톤을 한 9년 했다. 마라톤을 걸어서 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잠시 '푸르른 날에'라는 가사를 가진 노래를 흥얼거리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3시간 여를 걸어 성남도시개발공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그보다 젊은 연령임에도 다리에 파스를 뿌리는 이도 등장했다. 반면 원 예비후보만은 도보 시위 내내 결연하면서도 애써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원 예비후보의 걸음이 너무 빨라 횡단보도에 멈춰 설 때가 아니고서야 거리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날 원 예비후보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장 43km로 이어진 거리를 걷는다고 했다.
이날 원 예비후보의 오전 일정을 함께하기 위해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첫 차에 몸을 싣고 집을 나섰다. 안개가 아주 자욱한 새벽 도로 위로 '대장동'이란 표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부터 막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은 누군가 그것을 쓸어서 치워주기 전까진 뭔가 스산한 느낌을 들게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더 이상 화천대유 게이트에 이재명 후보를 소환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한 상황이었다.
원 예비후보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한선미 성남시의회 의원과 함께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들은 "대장동에 거대한 무덤 속에 파묻어버리고 우리의 내 집 마련의 꿈, 그리고 상식과 정의가 다시 살아나는 정상적인 대한민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국민 여러분의 뜻을 모아 주시고 함께 일어나 주시기 바란다"는 결의를 다졌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화살을 대장동을 넘은 백현동으로까지 옮기고 있다. 4단계 상향 용도변경 등 백현동 개발 사업이 제2의 대장동 특혜 사업이라는 시각이다.
[성남=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일 오전 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 현장 앞에서 대장동 특검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2021.11.02 photo@newspim.com |
다만 이날 대로만을 이용한 이동이 아니었고 도심이 아닌 구간을 지나는 일이 많다 보니 시민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초반 좁은 길, 비탈진 길을 부지런히 걸었고 드디어 대로로 나갔을 때쯤 원 예비후보를 알아보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파이팅"이라고 외치면서도 "도둑이 말이되냐"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창문을 내려 응원의 외침을 한 뒤 다시 가던 길을 가는 이도 있었다.
일단 집결지에서 1시간 여를 걸어 다음 코스인 백현동 아파트에 도착한 원 예비후보는 "50m 높이, 300m 길이의 이 옹벽 이름은 당연히 이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여줘야 한다"며 "오늘 이곳에 온 저의 행위는 성지 순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스러운 곳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비리 현장이기 때문에 '명지 순례', 둘레길 코스처럼 제가 명명을 한다"고 말했다. "화천대유로 몰아준 대장동 비리와 더불어 산림법을 정면 어기면서 대장동에 재명산성을 쌓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 예비후보는 "고지 위에 아파트를 세우는 것은 항공 때문에 금지가 돼 있어 낮은 곳에서 땅굴을 파 들어가 옹벽을 치게 된 것"이라며 "50m 옹벽은 원래 불가능하지만 보통은 10m 옹벽이다. 산림청도 불법을 인정했고 이 불법 아파트는 이재명 시장이 직접 모두 사인한 바로 그런 아파트들"이라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0m를 밀고 들어가서 산을 깎을 때마다 500억씩이 더 생겼고 바로 그 돈은 우리 국민들을 벼락 거지로 만든 아파트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돈벼락은 권력과 결탁한 아파트 개발 사업자들에게 쏟아졌다고도 부연했다.
함께 자리한 김은혜 의원도 성남 분당구 대장동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만큼 "주민분들에게 살기 좋은 고장 나름의 역할을 못해준 게 이 백현동"이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임대 서민들, 집이 없으신 분들이 와서 보금자리를 터야 될 곳이기도 한데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서 권리를 빼앗았다"며 "그 권리를 다시 되찾는 마음으로 옹벽을 올라가고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오늘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겠다"고 말했다.
[성남=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대장동 의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1인 도보 시위에 나선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시청 앞에서 현장간담회를 열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02 photo@newspim.com |
이날 원 예비후보는 "국민들이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고 외롭지 않게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이 길을 가겠다"며 이재명 후보에게 계속 맞설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 예비후보는 10시 25분쯤 오전 일정의 종착지인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원 예비후보는 취재진을 향해 "이 사람들이 도둑질했던 것을 자기가 100% 막지 못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거꾸로 지금 우기고 있다"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근무했던 성남시청을 거쳐 지금 이 수사를 하고 있는 가짜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검찰청과 대검찰청을 거쳐서 청와대까지 항의 걷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특검을 차일피일 말고 지금도 상승 특검으로 즉각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국민의 70%가 특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예비후보는 "재명산성을 책임진다면 이재명 후보가 갈 곳은 구치소일 것"이라고도 직격했다.
원 예비후보는 "검은 권력과 부동산 개발 비리의 유착, 그 밑에 자기들끼리 꽁꽁 숨겨놓은 땅속의 어둠의 저수지, 재명산성과 재명저수지를 국민의 이름으로 밝히겠다"며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