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 국민에 천만원 마통
尹, LTV 상향하고 규제 완화
가계부채·국가부채는 부담
기본대출 재원마련 '물음표'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 여야의 양당 대통령 후보들은 가계대출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기본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향·대출 규제 완화 등의 금융공약을 내놓았다. 다만 두 후보의 공약은 각각 재원마련·가계부채 폭증 등의 부작용이 지적된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본금융', 윤석열 후보는 LTV 상향·대출규제 완화·청년도약보장금 등을 각각 금융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지명 감사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2021.11.05 photo@newspim.com |
이 후보가 제시한 기본대출은 전 국민에게 최대 1000만원을 10~20년 동안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마이너스 대출 형태로 수시 입출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 약자인 만 19~34세 청년부터 실시해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윤 후보는 LTV 80% 상향·대출규제 완화·자본이득 공유형 무이자대출·청년도약보장금 등의 금융공약을 내세웠다. 키워드는 '내집마련'과 '선별지원'이다. 청년층·신혼부부들의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한다. 예를 들어 5억원 짜리 첫 주택을 구입할 경우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LTV 우대의 실효성을 위한 주택담보대출(DSR) 완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LTV 우대방안은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DSR 규제에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저소득 취약 청년에게는 월 50만원의 청년도약보장금을 8개월간 지급하고 청년 납입액 일정 부분을 국가가 보조하는 방식 등의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한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윤 후보의 대출완화 공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승무원 이모씨는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소득이 크게 줄어든 상태인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내년 대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라며 "새 정부가 대출규제를 완화해준다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김모씨도 "내 집 마련 등 미래 설계를 위해 대출을 받고자 해도 당장 수익이 적어 어려웠다"며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반면 금융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공약이 가계부채를 2000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다수 금융인들은 정부가 정책실패로 상승한 부동산 가격을 대출 규제 강화로 만회하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LTV를 상향해주면 결국 집값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대출 수요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 소셜벤처기업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1.08 photo@newspim.com |
이 후보의 금융공약은 1000조원 돌파를 앞둔 국가부채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채무는 965조3000만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가 내년에는 1000조원(50%), 2025년에는 140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기본대출'의 경우 재원마련 방안에도 물음표가 생긴다. 경제활동 인구 3000만명을 기준으로 1000만원을 대출한다고 단순계산하면 300조원이 필요하다. 3% 금리·10~20년 만기로 가정 시 100조~200조원,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용 등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이는 정부 1년 예산을 초과하는 재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후보의 기본대출은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을 문제"라며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을 0.2~0.3%로 유지하고 있는데, 무분별한 대출 실행은 은행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부담 다 안지우고 신용보증재단 통해 하겠다고 하지만, 신보에서도 재원 마련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여력이 연말쯤 한계에 봉착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증기관은 적정운용배수를 10배로 책정하고 있는데, 올 연말까지 보증 규모를 확대할 경우 전국 16개 지역신보 중 10개 재단의 운용배수가 이를 초과한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