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긴급조치 시행, 화물차는 30리터로 규제
현장에선 못 구해 발동동 "2~3시간 기다려야 겨우 사"
"요소수도 영끌",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심각해"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진현우 인턴기자 = 정부의 긴급수급조치로 요소수 공급에 숨통이 트였지만, 운송업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요소수 공급 관리에 이어 긴급 공급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운송업자는 물론 요소수를 공급하는 주유업자들의 항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농수산물을 운송하는 화물기사 문병훈(52)씨는 12일 요소수가 입고된 주요소를 찾아다니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정부의 긴급조치에 따라 차량용 요소수가 전날부터 전국 주요소에 풀리기 시작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 씨의 설명이다.
문 씨는 "보통 새벽 3시에 일어나 화물기사 단톡방이나 '요찾사'(요소수를 찾는 사람들)에 올라온 주유소 정보를 확인하고 찾아간다"며 "어제부터 주유소마다 장사진이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판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요소수가 있어도 2~3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에서 대전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박석규(38)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 씨는 "인천항 인근 주유소에 오늘 점심부터 요소수가 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다녀왔다"며 "처음 간 곳은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고 두번째로 간 서해대로 인근 주유소에서 2시간을 기다려 샀다"고 전했다.
박 씨는 요소수 품귀현상이 일어난 지난주 동료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요소수 정보를 교류했다. 단톡방에는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 위치와 요소수 절약 방법이 알음알음 올라왔지만, 요소수 품귀 현상이 길어지자 '오늘 트럭 운행 못할 거 같다', '큰일났다. 여기도 (요소수가) 없어요'는 메시지들만 올라왔다.
정부의 이번 긴급조치에 대해 박 씨는 "반갑지만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급되는 요소수도 남은 재고량으로 푸는 거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의 줄인 말)해야 한다"라며 "당장 연말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가족들 생계가 흔들릴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1.11.05 kimkim@newspim.com |
◆요소수 공급해도 현장 혼란은 현재진행형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7~8일 조합원 25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32.4%가 요소수 문제로 장비 가동을 못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3.5%에 달했다. 운송 노동자 10명 중 4.3명은 국내에서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해외 구매를 눈을 돌린 셈이다.
이영철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수석부위원장은 "400리터 탱크를 가진 경유 차량은 최소 이틀에 한 번 기름을 넣는데 요소수가 없다면 화물 기사는 주변에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데 안일하게 '3개월치가 있다'고만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육길수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총장도 "정부가 찔끔찔금 팔다보니 운송 노동자들은 오늘 또 어디에 가서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불안감이 크다"며 "30리터면 보통 2~3일이면 다 쓰는데 정부가 내놓은 요소수 제한 정책이 해결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았던 전세버스 업계는 "운행이 중단되기 시작한 상태"라며 정부 대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통화에서 "전국의 전세버스 3800대 중 70%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들"이라며 "수도권에서는 어떻게든 요소수를 구하는데 지방은 수급이 한정돼 있고 도외지 쪽으로 벗으나면 수급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소수가 제대로 공급이 안되면 이번달 말부터 멈추는 곳이 많을 것이고, 몇몇 버스는 이미 멈춘 상태"라며 "정부는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이미 불안가중은 정부에서 시켜놨다. 이제 와서 불안해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제4공용브리핑실에서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과 함께 '요소·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 제정 및 시행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1.11.11 photo@newspim.com |
실제로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버스 기사들도 정부의 대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고속버스 운전사는 "지방의 중소 고속업체는 주유소를 끼고 요소수를 충전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며 "마을버스의 경우 5대 중 1대는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드코로나 이후 손님들이 늘었는데 요소수가 부족해 활용을 못한다면 손님, 직원, 회사 모두가 손해"라며 "요소수 등 원가 상승까지 이뤄져 버스 운행이 제대로 안 된다면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분위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유소들 혼란만 가중 "공급 예측 못하겠다"
주유업계 역시 불만이다. 요소수 판매처가 주유소로 한정되면서 요소수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란을 빚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11일 보도자료을 통해 "긴급수급조정조치로 주유소를 요소수 판매처로 일원화한다는 이야기를 당일에 처음 들었다"며 "정작 주유소들이 판매할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기준 주유소협회 회장은 "요소수를 판매하라고 하면서 주유소에 요소수를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없어 막막하다"며 "현재 고속도로 주유소 등 대형 구매처에만 요소수가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소비자들께서 어느 주유소를 가더라도 요소수를 살 수 있도록 정부가 판매물량 조절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50)씨는 "기존 요소수를 넣어야하는 운전자들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 지금보다 더욱 제한 공급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공급이 점차 줄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예측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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