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중증환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증환자가 중증환자보다 먼저 코로나19 치료 병상으로 이송되는 등 상식에 벗어난 방역체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환자의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뉴스핌 취재 결과 경기 양주시 A요양원에서 지난달 26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지난 14일까지 총 39명이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39명 중 직원은 8명, 나머지 31명은 요양원 입소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A요양원은 입소자 76명, 직원 50명으로 총 126명 규모의 시설이다. 입소자 76명 중 40%를 웃도는 인원이 불과 18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 중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이다. 요양원은 최초 확진자가 건물 1층에서 발생하자 지난달 26일 해당 층을 코호트 격리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4층에도 감염이 발생하자 4층까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4일 기준 확진자는 39명으로 늘었고, 그중 코로나19 치료 병상에 옮겨진 환자는 12명에 불과했다. 병원으로 이송 안 된 나머지 확진자들은 적절한 조치가 안 돼 이날까지 총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A요양원에 따르면 사망자는 모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환자였고, 병원에 이송된 12명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규 확진자는 5567명, 위중증으로 입원 치료 중인 환자는 906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는 94명으로 집계됐다. 2021.12.14 pangbin@newspim.com |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때 치료 병상으로 이송되지 못한 것은 방역당국이 내린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지차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중증도 분류 후 고위험군 대상 우선순위를 부여해 즉각 병상을 배정해야 한다.
그러나 A요양원에서는 병상부족을 이유로 중증환자는 대기 중이고, 경증환자가 먼저 치료시설로 이송됐다는 것이다.
한 입소자 가족은 "병상이 부족해 중증환자는 손 놓고 경증환자부터 치료시설에 보낸다고 들었다"며 "요양원이 코호트 격리 상태라 사실상 죽기를 기다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현재 요양원 등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건소에 접수된다. 보건소는 각 지자체와 연결 가능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증상 등을 기록하고, 지자체가 중증도를 판단해 병상을 배정한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중증환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경증환자부터 치료 병상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중증환자 병상은 부족한 반면 경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여유분이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증 병상보다는 일반 병상이 자리가 더 많이 나 어쩔 수 없다"며 "중증환자가 더 시급한 것은 알고 있지만 사용 가능한 병상이 있어야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요양원에서 감염된 확진자와 그 가족들이 입었다. A요양원 입소자의 한 가족은 "경증환자보다 중증환자 먼저 코로나 치료 병상에 배정되는 게 상식인데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의료체계가 어디서부터인지 크게 잘못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A요양원 측도 병상은 지자체에서 배정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양원 관계자는 "병상 이송은 지자체에서 통보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119를 불러도 환자를 모시고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 수차례 이야기를 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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