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의 '주행거리'...모사 프로그램으로 재검증
"배터리 용량 등 전기차 제원 바탕으로 주행거리 측정"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내년부터 전기자동차 주행거리 인증이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완성차 업체가 직접 측정한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인증을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별도의 측정 프로그램을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자동차 제작 업체가 제출한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대해 추가 검증을 실시하는 모사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배터리 용량·모터 출력 등 전기차의 제원을 바탕으로 충전 주행거리를 예측할 수 있어 정확한 주행거리를 인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셔터스톡] |
현재 완성차 업체의 신차는 국토교통부의 안전인증과 환경부의 환경인증을 거쳐야 판매할 수 있다. 내연차의 경우 환경부의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자동차의 대기오염배출량 기준을 충족시켜야 판매 가능했으나, 전기차의 경우엔 '1회 충전주행거리'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기차의 충전 주행거리를 엉터리로 제출해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물론 주행거리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연동돼 있어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확한 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는 올해 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전기차 '이트론(e-tron) 55' 사례를 계기로 더욱 커졌다. 아우디는 국내 시험규정과 다른 미국 규정으로 저온 충전주행거리를 실제보다 70km 늘려 정부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내에선 히터의 모든 기능을 최대로 작동한 상태에서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반면, 미국은 히터 기능 중 성에 제거만 작동·주행하는 상태에서 저온 주행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길게 나오는 특징이 있다.
당시 마땅한 인증 취소 및 과징금 처분 규정이 없어 아우디는 국내 시험규정에 맞춰 주행거리를 다시 측정했고, 환경부에서 주행거리를 재인증 받았다.
이를 계기로 환경부는 충전 주행거리를 예측할 수 있는 모사 프로그램을 올해 초부터 용역을 통해 개발했다. 현재 프로그램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부터 주행거리 인증 절차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모사 프로그램은 제작사에서 인증 신청 시 제출한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대한 사전 검사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배터리 용량, 모터 출력 등 전기차의 제원을 가지고 충전 주행거리를 더욱 꼼꼼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오차 값 조정 등 프로그램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내년부터 이를 적용해 더욱 정확한 주행거리를 인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및 저온·고온 상태서의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라며 "정부의 모사 프로그램 적용으로 주행거리 인증 신뢰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