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철 부회장 자리에 정상빈 부사장
안현호 새 지부장 '강성'..카운터파트너는 하향
안 지부장 공격 기조 완화 위한 사측의 포석 해석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의 노동조합 집행부와 사측의 노무 담당이 함께 바뀌면서 현대차 노사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대차에서 40여년간 근무한 윤여철 노무 담당 부회장 퇴진에 따라 정상빈 부사장이 후임을 맡기로 했다.
일각에선 새 지부장인 안현호 지부장이 과거 강성 기조를 보인 데다, 안 지부장의 '카운터파트너'가 부회장급에서 부사장으로 하향된 탓에 노사 관계에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대차 임원 인사에 따라 정상빈 정책개발실 전무가 현대차 노무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생산담당은 이동석 부사장이 새로 맡기로 하면서 정상빈·이동빈 부사장이 노무와 생산을 각각 총괄하게 됐다.
이번 인사는 정몽구 명예회장 최측근인 윤여철 노무 담당 부회장과 하언태 사장(울산공장장) 퇴임에 따른 것이다. 윤 부회장과 하 사장은 고문으로서 현대차 노사 관계 개선을 위한 지원 업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 부사장은 윤 부회장과 하 사장과 함께 현대차 노사 관계 업무를 맡아왔다. 노조 입장에선 카운터파트너가 부사장으로 하향된 셈.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대차 노사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달 8일 선출된 안현호 노조 새 지부장이 '강성' 기조를 보였던 탓에 향후 노사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하는 등 상생 행보를 유지해왔으나, 안현호 지부장이 노조를 맡아 다시 강성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의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2009~2011년에 이어 무려 10년 만이지만, 내년 임단협에서도 무분규 타결이 이어질지 미지수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수 5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현대차 노사 관계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안 지부장은 지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 노조 위원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끌었는가 하면, 2007년 현대차 성과급 차등 지급에 반발해 시무식장 폭력 사태 등을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시무식장 폭력 사태 과정에서 당시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임원 인사에서 윤여철 부회장이 퇴진한 것도 안 지부장의 공격적인 기조를 완화시키기 위한 사측의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지부장은 지부장 선거 과정에서도 강성 기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선거 유인물에서 "지난 2년 만족하십니까. 셀프 임금동결, 단협 후퇴, 이대로 괜찮으십니까"라며 "사회적 조합주의로 포장된 노사 협조주의 고용과 임금보다 생산과 품질을 우선하는 집행부 조합원의 신뢰를 잃은 집행부가 미래가 있습니까. 노동조합 되찾아야 한다"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이를 미뤄, 안 지부장은 임금 인상을 비롯해 정년 연장 등 기존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하지 못한 안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 미국 생산 계획을 반대해왔고, 현대차 대표 공장인 울산공장의 근로자들은 지난달 초 사측이 추진한 고용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새 집행부가 과거에 강성 성향을 보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래차 등 자동차 산업 변화를 노조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과) 잘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현호 당선자. [사진=현대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