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총 32건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내년 하반기 군수품 적격심사제도 폐지
곰탕 등 군납 식자재 구매요구서 간소화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공정당국이 군납 입찰시 실적이 낮은 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기존 군납업체 간 담합 가능성을 낮춘다. 또 군납 식자재 구매요구서를 간소화해 품질이 우수한 시중 제품의 시장 진입을 가능토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친화적인 시장구조 창출·유지를 위해 올해 군납, 민간위탁 지정제도 등 총 32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발굴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 군납 입찰 시 일반 물품과 동일한 적격심사기준 적용
우선 공정위는 담합 등 각종 불공정행위를 유발하는 규제·제도 6건에 대해 소관부처와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앞으로는 군납 입찰 시 일반 물품과 동일한 적격심사기준을 적용해 실적 기준을 완화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조달청 군수품 적격심사제도를 폐지하고 일반물품기준을 통합 적용하기로 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종전의 군납 입찰 적격심사기준은 납품 실적이나 기술 능력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도록 했다"면서 "그렇다보니 실적 건수가 적은 신규 사업자는 진입이 어려워 소수의 기존 사업자 간 담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7년 공정위에서 조치한 군납 미트볼, 돈가스 입찰 담합 건의 경우 적격심사를 통과해 낙찰자로 결정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3개 사에 불과해 해당 업체들이 8년간 담합을 지속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군수품 적격심사기준 폐지에 따라 제조입찰의 경우 납품실적이 기존 10점에서 5점으로, 기술능력의 경우 20점에서 10점으로 완화된다. 단 10억미만 피복·급식류 입찰은 납품실적이 필요없다.
군수품과 일반물품 적격심사 배점 비교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1.12.23 jsh@newspim.com |
또한 꼬리곰탕 등 군납 식자재의 구매요구서를 간소화하고, 구매납품과 제조납품이 모두 가능한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을 점차 확대해 우수한 시중 제품의 시장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
고 정책관은 "종전에 군 급식류는 구매요구서상 모든 함량이나 가공법을 필요 이상으로 상세히 규정하고 제조납품만을 원칙으로 발주하고 있었다"며 "그렇다보니 군납입찰에 참가하려면 군납전용 제조설비를 갖춰야 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계란 거래가격이 시장 수급에 따라 투명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계란공판장을 개설해 온·오프라인 입찰방식을 도입하고 거래가격을 공표한다. 거래가격 공표는 내년 중 이뤄질 예정이다.
고 정책관은 "기존에는 가격 미결정 상태에서 유통해 대금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농가에 지급하는 대금이 결정됐다"며 "유통상들이 농가에 지급하는 가격기준을 양계협회가 고시가격으로 발표하고 있었는데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까 실거래가격과 차이가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실제 대금을 정산할 때 큰 폭의 할인이 들어가는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농가에서 여러 가지 불만이 초래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공유재산 감정평가 진입규제…개인 감정평가사도 허용
이와 함께 공정위는 경쟁을 촉진하고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7개 과제에 대해 소관부처와 개선을 합의했다.
우선 17개 지자체(강진군, 고성군, 광양시, 군산시, 김해시, 목포시, 무주군, 보령시, 서천군, 시흥시, 안성시, 안양시, 연제구, 울릉군, 제천시, 포항시, 화성시)·2개 교육청(울산, 전북)에서 감정평가법인만 수행할 수 있었던 공유재산 관련 감정평가 업무를 개인 감정평가사도 수행할 수 있게 개선했다. 내년 상반기 공유재산 관리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고 정책관은 "종전에는 일부 지자체나 교육청의 경우 공유재산을 매각하거나 교환할 때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해당 재산의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었다"며 "그렇다 보니 개인 감정평가사의 경우에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업무영역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단일기관이 독점 수행해 온 환경성적표지 인증 업무와 의료기기 품질책임자 교육 업무는 일정한 지정요건을 갖춘 복수의 민간 기관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고 정책관은 "종전에는 환경성적표지 인증업무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며 "단일인증기관이 인증수요 증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심사기간이 길어지고 경쟁압력이 없어서 인증수수료 수준도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외에 사업 활동과 민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8개 과제에 대해서도 소관부처와 개선 합의했다.
우선 학생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구·울산·세종·전북·전남·경북 등 6개 시·도 내 학원은 입시·검정·보습 및 진학지도 중 가장 큰 면적 기준만 충족하면 여러 교습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조례 개정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 제재기간 만료 후에도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적격심사 시 감점하는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기관별 적격심사기준 개정으로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에 개선 합의가 이뤄진 32개 과제에 대해 소관부처·기관의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지속 발굴해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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