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김근태 서거 10주기 맞아 공개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고문 피해를 최초로 폭로했던 아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영문 성명서를 28일 공개했다.
도서관이 이날 공개한 성명서는 당시 인 의원이 폭로한 내용을 영문으로 작성해 미국 사회에 전달된 사료다. 성명서 상단 우측에는 '1985년 9월 27일, 김근태의 아내 인재근이 한국에서 보내는 서류'라고 적혀있고, 제목은 우리 남편이 경찰 수뇌부에서 당한 고문의 고통'이다.
도서관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년) 활동으로 1985년 8월 24일 체포돼 10일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구류 마지막날인 9월 4일 새벽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로 끌려가 같은달 20일까지 고문을 당했다.
인 의원은 김 전 의장이 검찰로 이송될 것으로 예측하고 기다리다가 같은 해 9월 26일 검찰청 5층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김 전 의장과 우연히 마주쳤다.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1분여 동안 김 전 의장은 인 의원에게 고문 사실을 알렸다. 김 전 의장은 훗날 '이 만남은 정말로 기적 같은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10주기를 맞아 공개한 부인 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영문성명서 [사진제공=김대중도서관] 2021.12.28 filter@newspim.com |
남편의 고문 사실을 접한 인 의원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인 의원의 폭로에 근거로 영문 성명서가 작성됐다. 인 의원은 성명서에서 "9월26일 남편에게 '많이 다쳤어요?'라고 묻자 남편이 '심합니다. 너무 심하게 맞았어요'라고 말했다"며 "9월4일부터 20일까지 약 10번의 고문을 당했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단단히 묶인 그의 몸을 향한 전기 충격, 고추와 소금 등을 넣은 물을 삼키도록 강요하는 등의 물고문이 한 번에 5시간에서 7시간 동안 계속 됐다"며 "검찰청사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남편으로부터 이 사실을 듣게 됐고 남편의 발뒷꿈치가 너무 심하게 부서져서 내 가슴을 울렸다"고 썼다.
인 의원의 성명서는 198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망명 중 세운 미국의 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통해 미국에도 전해졌다. 김대중도서관은 이 성명서가 미국에 전해진 뒤 현지에서 전두환 정권의 인권 탄압에 비판적 여론이 조성됐고, 한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레이건 행정부에 큰 부담을 줬다고 평가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공개된 사료는 미국 사회에 한국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알리게 된 사료"라며 "김 전 의장의 고문 사실이 미국 사회에 알려진 과정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의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게 하는 자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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